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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Apr 30. 2016

아침 조깅, 구경하는 건지 당하는 건지

6개월 중남미 여행_11일 차: 여기가 바로 캐리비안! @Cuba


1. 벌써 쿠바에서 세 번째 도시, 바라데로에 도착했다. 어제저녁 뜨리니닫에서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더니 온 몸이 찌뿌둥했다. 여행을 시작한 후, 한 번도 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사실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내가 아침 일찍부터 뛰러 나갔던 진짜 이유는 아름다운 캐리비안 해변을 독차지하며 상쾌한 아침을 맞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조깅에 나섰다. 우리가 묵고 있던 까사는 Calle 46번쯤 위치하고 있었고, 타운이 끝나는 지점인 Calle 13까지를 목표로 아침 조깅을 시작했다. 동양인이 매우 드문 쿠바에서 왠 치나(China, 중국 여자..) 가 아침부터 뛰고 있으니 사람들은 대놓고 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데로를 구경하는 건지, 바라데로가 나를 구경하는 건지.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이미 쿠바를 여행하면서 많이 겪었던 시선이므로 (...) 어쨌거나 오랜만에 뛰다 보니 헉헉대며 걷고 있는데 아침 청소를 하던 청소부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궁금한 표정으로 다가선 내게, 방금 꺾은 작은 들꽃을 한 움큼 내민다. 손톱만 한 노란 꽃을 내밀며 나를 향해 웃는다. 고마운 아저씨에게 답례로 싱긋 웃어 드리고는 각자 가던 길을 간다. Chao, Gracias!

 


2. 바라데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호텔이라는 곳에 와봤고,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


 올인클루시브 호텔은 이름 그대로 숙박료에 모든 가격이 모두 포함되어 식당이나 바 같은 호텔의 시설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하바나에서 만난 친구들과 재회하면서 이틀 밤을 묵었는데, 이틀 동안 정말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아침이면 일어나 조식 뷔페를 먹고, 호텔 앞바다에 가서 수영하고 모히토 한잔하며 책 읽고. 다시 점심 먹고 호텔 수영장 갔다가 다시 바다 갔다가 럼 한잔하고. 다시 저녁 먹고 또 럼 마시고 수영 장가 고의 반복. 여긴 그저, 천국이다. 빛나는 백사장과 푸른 캐리비안을 앞에 두고 신선놀음이라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며칠이고 함께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바라데로는. 



3. 바라데로(Varadero)는 쿠바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이 되었고, 이후에 방문했던 까요코코(Cayo Coco)와는 달리 비교적 서민적인 느낌을 받았다. 물론 쿠바 사람으로서 바라데로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쿠바 경제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도 없으니.. 어쨌거나 휴양지로 새로이 개발되고 있는 까요코코보다는 덜했다. 


여담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까요코코의 한 리조트에 머물 때는 일하는 사람 외에 쿠바 국민은 거의 없는 듯했다. 호텔 비치에서는 여기가 캐나다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대부분 스페인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했다. 


어쩌면 쿠바가 외국 관광객에게는 천국이지만, 그네들에게는 아니라는 말이 사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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