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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Jun 14. 2018

불륜과 남미의 공통점

저지르고 싶다! 일탈.

나는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 무심하고 허무한 문체 때문에 그녀의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불륜과 남미'라니.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소재가 함께 나오는 소설이라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남미와 불륜은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지구 정 반대편에 위치한 곳이 남미, 그러니까 우리가 지구 안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이기도 하거니와, 표지에 나와있는 탱고처럼 정열의 사랑이 불타오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기도 하니까. 뭐, 여러 번 가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그곳이 특별하게 더 정열이 불타오른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이 우리보다 사랑의 씨앗을 더 많이 갖고 태어나는 것 같다. 모든 대화의 시작과 끝은 ‘Mi Amor' 내 사랑, 아이를 부를 때도 연인을 부를 때도, 지나가는 사람을 부를 때도 모두가 내 사랑이다. 내 사랑이 여기저기 이렇게 흘러넘치니 사랑의 씨앗이 발화해서 꽃을 피우는 일도 참 쉽다.


왜 바나나 양은 남미를 다녀와서 불륜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을까? 아마도 불륜과 남미 (혹은 여행)이 모두 사람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단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행지에서 느끼는 일상에서의 탈출, 평범한 것들에서 벗어나 마주하는 특별함. 그것이 불륜과 닮아 있을지도. 위험한 일탈의 매력. 낯선 곳의 일상에 위치한 새로운 생명력의 소용돌이.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그 소용돌이에 합류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요한 일상을 뒤흔드는 생명력. 그것이 남미의 매력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일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한다. 특히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미에서는 낯선 것들 투성이에 둘러싸여, 일상에 존재하던 '나'를 내던질 수 있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쿠바 아바나의 말레꼰에 앉아 몇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페루의 알지도 못하는 라틴 클럽에 가서 미친 사람처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평소에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패션을 시도하기도 하고! 여태까지의 네모 반듯한 나를 벗어나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찰흙처럼, 여행자로 살아내는 나만의 시간들, 떨림을 간직한 일. 여행. 다음 여행에서는 어떤 일탈을 저질러 볼까. 갑자기 마음이 설렌다.



참조

1.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역)/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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