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없이 내 노동력만으로 책 만들어 유통시키기
얼마 전 혼자서 책을 냈다. 책을 내려다가 출판사도 내버렸다.
평생 책 한 권 만드는 것이 꿈인 사람이 많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책을 좋아했고, 그런 책을 낸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책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그냥 그렇게 살 줄 알았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 인솔자로 살게 되면서 다시 책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기에서, 혹은 20시간이 넘는 버스를 타다 보니 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장기여행을 하면서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다. 전자책 단말기 E-ink 얘기만 해도 얘기가 매우 길어질 테니 그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빼겠다. 어쨌든 나는 전자책 단말기인 크레마를 구입했고 최근 2년간 매우 잘 쓰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양시의 전자도서관과 졸업한 대학교의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니 책 구입비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다. 게다가 좁은 집에 쌓여있는 책 때문에 더 이상 책을 구입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책을 구입해서 SD카드에 저장해둔다. 정말 세상 편해졌다.
그렇게 전자책을 보다가, 어느 날 문득 나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을 새우도록 전자책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찾아 읽었다. 모 아니면 도. 사실 E-book 시장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더 많았고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적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전자책을 즐겨 읽는 사람으로서 E-book 시장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생각에 동의했다.
그리고 나는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Sigil이라는 프로그램으로 Epub 파일을 만들어서 배포하면 되는 거였다. 우선 원고는 써둔 게 있고, Sigil 에 필요한 HTML과 CSS는 전 회사에서 조금 배운 적이 있었다. 못할게 뭐가 있나? 싶어서 그냥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구청에 가서 출판사 등록을 했다. 그리고 사업자등록도 했다. 한국이퍼브(예스 24, 알라딘, 반디 앤 루니스), 교보문고와 전자책 공급 계약을 맺었다. 판매할 준비를 먼저 마치고, 추석 내내 Sigil을 가지고 코드만 짰다. 그리고 몇 번의 수정을 거듭하여 완성. ISBN까지 받고 파일을 업로드하니 일주일 만에 온라인 서점에 등록이 완료되었다. 뿌듯! 네이버에 검색하면 내 이름 석자와 책이 나오고 예스 24에 내 이름을 건 책이 올라와 있다니.
사실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온라인 서점에 유통시킨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차근차근 하나씩 하고 보니 전혀 어렵지 않았다.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는 점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오히려 신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을 했다. 표지도 직접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다음에는 디자이너를 써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는 했다.
원고 쓰기 - Sigil 코딩 - 탈고 및 검수 - 표지 만들기 - Epub파일 유효성 검사 - 온라인 서점 등록
물론 이 책을 팔아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책 종수가 많아지면 어느 정도 수익이 나지 않을까. 좋은 책을 많이 만들고 싶다. 책을 내고 싶다는 어렸을적 꿈이 이렇게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자, 비슷한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원고를 쓰자. 혹시 진짜 좋은 글은 있는데 출판사까지 차릴 생각은 없다면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해도 좋다. 네이버/다음 책과 온라인 서점에 등록된 자신의 책을 만나는 기분이란..! 전자책 출간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이메일로 출간 기획서를 보내주시길!
yeohangbox@gmail.com
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http://www.yes24.com/24/goods/65289777?scode=032&OzSrank=1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5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