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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Mar 25. 2020

[#하루한줄] 악은 평범하지 않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하다고..?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이야기는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다. 처음 학부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알게 되고서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그러니까,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 학살을 (능동적으로) 자행한 사람들 조차, 악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본인에게 주어진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것.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은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1963년 저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고 아렌트는 주장했다.  출처: 위키백과 


그런데 요즈음 뉴스만 보면 너무 화가 난다. 오늘 아침, 드디어 그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악마에게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는 말인가? 이 정도면 악마도 울고 갈 경지다. 그러던 중 아래 기사를 보게 되었다. 아이히만은 실제로 매우 능동적으로 유대인 학살에 가담했으며, 상부의 지시가 없었음에도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는 등 매우 열심히 유대인 학살에 임했다. 그러니까 결국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속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히만은 “당신에게 솔직히 말하겠어요. 우리가 1천만 명의 유대인을 모두 죽였다면 만족했을 것이고 우리가 적을 절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난 일반적인 명령 수행자가 아니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난 그저 얼간이에 불과한 거죠. 난 함께 생각했으며 이상주의자였어요”라고 고백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재판도 유대주의에 대한 마지막 투쟁으로 간주했다. 아이히만의 상관이던 하인리히 뮐러는 “우리에게 50명의 아이히만이 있었다면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을 것”이라는 말로 아이히만의 ‘실체’를 요약했다. -                    출처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883.html


그런 의미에서 조군이 행한 악은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매우 능동적으로 약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협박하고,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린 대가로 수십억 원의 돈을 벌었다. 그렇담 맛보기 방에서 보기만 한 사람들은? 그저 초대가 되어서 샘플 동영상만 보고, 유료회원으로 송금을 한 것도 아닌데 문제가 되지 않냐고? 그들은 영상 속의 소녀들이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성년자나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왜 가만히 있었을까. 왜 누구 하나, 몇 만 명의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이 N번방을 이슈화 시키지 못했을까. 화가 나고 화가 난다. 영상을 소지하거나 배포하지 않았다면 사법적으로 처벌하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악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 그들은 공범이 아닐까? 아이히만은 히틀러가 시키는 대로 '유대인 학살'이라는 본인에게 주어진 과업만을 행했기 때문에 죄가 없을까? 물론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되어 이스라엘에서 공개 재판 후에 1962년 6월 1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기사의 댓글에 아주 동감 가는 이야기가 있었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진다고 해도 사람은 모두 다른 반응을 보인다. 능동적으로 악에 협력하는 사람, 수동적으로 악에 협력하는 사람, 혹은 거부하는 사람. 26만 명 중에 몇 명이나 그 악을 거부했을까? 결국 이 사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믿음의 문제로 수렴한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inability to speak)은 그의 생각하는데 무능력함(inability to think),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 역자 김선욱 / 한길사 / 2006


아무리 뛰어난 전략가이며 사업가적 능력이 있다고 해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또 다른 악이 오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에 살고 싶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C%95%85%EC%9D%98_%ED%8F%89%EB%B2%94%EC%84%B1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883.html

#작은습관이꿈을만든다고믿는다

#좋은마음은널리퍼진다고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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