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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 Mar 14. 2021

무엇이든 힘을 뺄 때 잘되는 법

피아노를 칠 땐 더더욱 손목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한 것을

 코로나를 핑계로, 회사가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작년 12월 중순부터 2월 설까지 피아노 학원을 약 2달간 못 갔다. 집에 있는 피아노도 층간소음 때문에 몇 번 둥당 둥당 친 것이 전부, 약 2달 정도를 쉬니 어떻게 끌어올린 피아노 실력(?)인데 한 순간에 없어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피아노 학원을 가지 못했던 핑계 아닌 핑계를 조금 대자면,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리뉴얼까지 얽혀있어 매일 같이 야근은 물론이고 피아노에 할애할 정신머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한동안 피아노에 위로받고, 피아노에 몰두하며 내 나름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였는 데 그 밸런스가 깨지고 나니 멘탈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말연초 피아노를 못 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끝이 보이지 않았던 야근과 맡은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안이었다. 애초에 피아노를 시작했던 계기가 일에 대한 과몰입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는데,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다시 회사에 아등바등, 모든 온 힘을 다 쏟아붓는 내 모습이  대견하기도, 불쌍하기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때, 숨통이 트이고 싶어서 다시 피아노 학원을 찾았다.


피아노 학원 가기 전 신나서 마신 술(은 핑계)


 잠깐 학원이 휴원 하기 전에 집에서 연습한다고 챙겨 온 악보를 가지고 출근하던 길은 머릿속에 온통 피아노 레슨뿐이었다. 긴 공백 기간을 깨고 레슨을 받기 전까지 연습을 고작 4시간 정도밖에 못해서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선생님이 내가 연습했던 곡을 듣고 하셨던 첫마디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오히려 쉬다 오셔서 연주가 더 나아지셨는데요?"


 나는 너무 당황해서 도대체 왜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시는지 되물었다. 선생님은 웃으며 예전엔 잘 치고 싶어서 온 몸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쉬고 오니 힘이 조금 빠져서 음들은 예전보다 더 많이 틀릴지 언정 소리는 예전보다 더 편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첫 레슨부터 머리가 하얘졌다. 곡을 칠 때 내가 어떻게 치고 싶은지도 다 들리는구나, 실력 대비 욕심만 과했구나 등 별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선생님의 한 마디로 나는 피아노를 칠 때 비로소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의 나는 그저 잘 치고 싶은 것에만 정신이 팔려 전반적으로 악보를 먼저 훑고, 빠르게 치는 것에만 매진하였다. 그러니 당연히 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상체에 힘이 들어가 소리가 예쁘게 나지 않았다. 쉬고 나서, 오히려 잘못한 점들을 똑바로 직면하고 고칠 수 있어 다행이다. 선생님이 레슨 때마다 누누이 강조하듯, 연습은 연습일 뿐 연주가 아닌 것이다. 연주를 하기 위해선 손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연습을 착실히 해야 한다고 하였다. 비록 피아노를 칠 때 재미없게 느껴질지라도 제대로 음을 치기 위한 메트로놈 연습, 리듬 연습에 몰두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도 연습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손목에는 힘을 빼고 손가락 끝에 힘을 담아 건반을 정확하게 쳐 소리들을 매끄럽게 연결하라는 것인데..무슨 말인가 싶다. 머리로는 알겠고, 한 음만 칠 때는 알겠는데. 흠. 그래도 연습을 하다 보면 그 감각이 어느 정도 생기지 않을까, 아주 조금 기대를 해본다.


 연주의 전부가 힘을 빼는 것이듯, 나도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벗어나 모든 일에 조금씩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래야 내 피아노 연주도, 일상도, 균형을 맞춰나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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