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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 Jul 18. 2021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결국 폴로네이즈는 더 미루게 되었다.

 꽤나 오랜 기간 준비하던 프로젝트가 끝났다. 맨 땅에 헤딩 하듯, 아무 기반도 정보도 없는 새로운 분야에서 주체가 되어 장기간 프로젝트를 끌어나가던 것이 너무나 스트레스였다. 일하면서 느꼈던 건 사실은 일보다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것, 그리고 내가 많이 안다고 해서 내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 현재도 진행중인 내 프로젝트의 결과는 (아직 완벽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꽤나 잘 되고 있다고 내부에선 평가받고 있는 중이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렇게 나를 몰아붙이면서 했을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했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물음들 속에서 "약간의 여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조금의 여유를 갖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이제는 안다.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반 박자 쉬어갈 줄 아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남다르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고, 업무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약간의 여유만 둔다면, 결과값은 달라지게 되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아직도 서툴고, 미성숙한 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딱 반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되었다.


최애 아보카도 샌드위치 ♥


 예전엔 아보카도를 매우 안좋아했다. 그런데 먹다보니 정말 잘 익은 아보카도에선 쌉싸름한 맛이 안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계속 먹다보니 아보카도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사람이란게 참 간사한게, 무언가 내 몸에서 화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이상 못, 먹는 음식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생각의 차이인지 의지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시도하는 그 한 번이 어렵지, 결국은 맞춰지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 참 웃펐다. 나도 잘 익은 아보카도처럼, 변하는 날이 올까?



 결국 여러번의 방랑자 레슨 끝에 방랑자는 마무리를 지었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랑자 레슨을 통해 얻었던 것은 한 악장을 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악보를 좀 더 수월하게 볼 수 있게된 것, 멜로디를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악적으로 실력이 향상된 것은 있는것일까?) 방랑자 자체가 원체 도약이 많고 멜로디의 반전도 많은 편이라 나같이 피아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힘 줄 곳, 안 줄 곳 상관없이 모두 힘을 주게 된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처음부터 힘을 미친듯이 주고 연습한 내가 고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께선 너무 장기간 한 곡만 계속 끌고 가기엔 지루하니 곡을 바꿀 것을 추천해주셨다. 나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조심스레 폴로네이즈로 돌아가고 싶음을 내비췄지만, 통하지 않았다. 학습지를 풀 때도 수준에 맞는 단계별 학습을 해야 발전이 있는 법인데, 자꾸 중간없이 뛰어넘으려고 하는 내 자신이 웃기긴 하지만서도. 자꾸 "인생의 목표"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미련하게 고집만 부린 것은 아닌가 다시 생각해본다. 조금 더 나은 연주를 위해 일보후퇴를 하기로 했다. 기본기를 다지고, 조금 더 많이 연습해보며 내 손이 어느 정도 건반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그 때 다시 한 번 나의 목표를 꺼내보기로 한다. 


 나의 폴로네이즈에 도달하기 위한 연습곡으로 선택한 곡은 "베토벤 소나타 op,10 No.3 7번 1악장"이다. 이 곡을 고르기 전까지 선생님과 수많은 논쟁이 있었는데, 내가 연습곡으로 선택하는 기준은 조성진이 쳤던 곡이었는데 치고 싶었던 쇼팽 에튀드 승리, 쇼팽 발라드 1번 (점점 더 산으로 가기 시작) 들은..아직은..넣어두어야할 곡들이었다. 이 곡이 끝나면 쇼팽 에튀드 승리 정도까진, 이라고 협의를 보았지만 조금 더 손이 풀리기 위해, 그리고 음악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선생님이 추천해준 곡은 베토벤 소나타였다. 베토벤 소나타 7번은 베토벤이 청력장애가 시작되기 시작했던 그 해에 만들어진 소나타라고 하는데 공통된 주제테마가 화성이 바뀌면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멜로디의 격변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이제서야 한 악장의 악보를 다 보았는데, 조금 더 손에 붙을 때까지 열심히 연습해야겠다. 


 폴로네이즈를 진심으로 칠 수 있을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돌아가기로 한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피아노 실력도, 나라는 인간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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