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 남자 그 여자
노을 지는 강가에 차를 세우고 부서지는 햇살을 마주하며 그녀가 웃습니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따뜻한 눈으로 따라갑니다. 겨울 찬기가 코끝에 와닿지만 바람이 없는 날이라 상쾌합니다.
한 발짝 두 발짝 발을 맞추며 걷기 시작하자 여자는 남자의 겨드랑이를 파고들며 팔짱을 낍니다. 남자의 얼굴이 미소로 번지고 둘은 마주 보며 소리 내어 웃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오른쪽 어깨 위로 황금색 노을이 내려앉아 눈이 부시게 반짝입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롯이 사랑의 주체인 둘이서 주고받는 수많은 대화들이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이겠지요.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후부터는 하나의 여행지를 둘이 함께 떠나며 겪는 여행의 스토리들이 책으로 엮어지는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어떤 여행의 스토리로 책을 만드는 중일까요?
사랑 앞에 그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사랑 앞에 그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사랑은 적나라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나게 만드는 영혼의 거울입니다. 너무도 투명하게 나를 비추는 맑은 호수와도 같아서 숨기고 싶은 나의 단점과 치부까지도 고스란히 비추며 아름답게 정돈된 앞모습뒤에 드러나는 뒷모습을 비춥니다. 나는 보지 못하고 뒤돌아 걷지만 거울과 호수는 그 모습을 비추며 나를 바라보지요. 나조차도 모르는 나의 뒷모습이 어떤 모습이며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까지 사랑이라는 거울은 숨겨진 나를 드러내어 발견하게 합니다. 그러니 사랑 앞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사랑을 하는 나를 경험해야 합니다. 그 경험만이 진정한 해답을 주고 내가 어떤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려줍니다. 아니.. 깨닫게 합니다.
남녀의 사랑에서나 부모 자식 간의 사랑에서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행해지는 사랑은 사실 없습니다. 사랑이라고 명명되는 그 광활한 챕터 안에는 무수히 많은 단락들이 이어지며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남으로 나를 시험에 이르게 합니다. 그 시험을 통해 성장하거나 도태되거나 멈추거나 하는 선택을 하며 지극히 솔직한 인간군상으로 각 개인들은 남게 됩니다. 그러니 사랑은 어렵습니다.
그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는 기쁨과 애틋함을 뛰어넘는 책임과 헌신이 요구되기에 선행되는 감정인 기쁨과 애틋함에 도취되어 허우적대다가 뒤에 따르는 사랑의 참모습인 책임과 헌신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 흠칫 놀라 허둥대거나 버거워하며 갖가지 변명을 하는 등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것이지요. 이때에 자신의 그릇만큼 품는 것이 첫 번째고 그 그릇에 차고 넘칠 때 자신을 단련할지 도망칠지를 매 순간 요구받는 것이 사랑의 이중성입니다. 사랑이 표현되는 모습은 책임과 의무를 나의 일로 완전하게 인식하고 행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사랑은 달콤합니까?
사랑은 황홀합니까?
사랑은 매 순간 평온합니까?
사랑은 언제나 온유합니까?
사랑은 달콤하지만 쓴 맛을 삼킬 때 성장합니다.
사랑은 황홀하지만 쓸쓸함을 견딜 때 환희를 줍니다.
사랑은 매 순간 평온하지만 파도를 일구어 평온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지만 생각을 통해 정돈해야만 정갈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사랑은 위대하지만 헌신을 통해 그 의미를 드러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느낄 수 있는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꿀 따는 지난한 노력과 성실함 없이는 아무것도 맛볼 수 없습니다. 사실 사랑은 달콤함 뒤에 숨은 반대급부적인 책임감과 헌신에서 느낄 수 있는 위대한 감정인 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은 요구합니다. 책임과 헌신을 통해서만이 위대한 사랑의 저릿하고 묵직한 애틋함 앞에 설 수 있다고. 수박 겉핥기식의 사탕발림으로는 결코 그 애틋함에까지 이를 수 없고 자기와의 처절한 마주함으로 스스로를 탈피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만이 위대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디까지에서 멈추어 있습니까? 지금 당신은. 지금 우리는.
나라는 사람은 사랑 앞에 어떤 사람입니까? 어떤 것을 사랑이라도 믿고 있습니까? 어디까지를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상대에게 받는 사랑 말고 나에게서 내어주는 사랑은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사랑은 나에게서 나서 나로 인해 행해진 후
그에게로 이르러 그가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은 너를 위해 내가 어디까지 헌신할지를
전제한다.
사랑은 그래서 '내가'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고 어디까지 할 건지.
그러니 사랑은 내가 나와하는 가장 위대한 행위이다.
살아보니 나에게 사랑은 이런 의미이었다.
그때는 멋모르고 헤쳐 나왔지만
다시 하려니 각오와 결단이 필요했다.
사랑은 모든 걸 감싸주고...
사랑은 성 내지 아니하며...
사랑은 후회도 원망도 아니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 위대했고 그럼에도 후회도 원망도 아니하였지요. 어머니들의 숭고한 사랑은 어떻습니까? 신이 도처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사랑으로 빛나는 이유는 바로 후회도 원망도 아니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여자는 두 자녀를 홀로 키워온 어머니로서 살아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 험난했던 길에서도 아이들과의 사랑으로 행복했으니까요. 십자가를 지고 걸어도 그리스도는 원망이 없듯이 그 어느 순간에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로서 무수히 부족한 자신을 마주하며 기꺼이 성장하려 인생에 매달렸고 그 사랑 앞에 무릎 꿇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을 맞으며 위대한 사랑의 결과인 두 아이들의 성장한 미래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것이 그 여자가 했던 가장 위대한 사랑경험입니다. 그 사랑의 뿌리는 그녀 어머니의 사랑이었고 그 여자가 받았던 가장 위대한 사랑의 힘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다시 한번
그런 애틋한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하는 지극한 사랑.
책임과 헌신을 기꺼이 하겠다는 자발적인 사랑.
오직 한 사람만을 열망하는 오롯한 사랑을
그 남자를 향해.
그 남자만을 위해.
하고 싶습니다.
남은 인생 마지막 남자인 그와 함께 살아가며
그 남자로 살고 그 남자를 묻히고 그 남자로 소멸되는 사랑.
그 남자 그 여자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
웃고 울며 헤쳐나가는 삶의 이야기
사랑이 주는 힘으로 다시 태어난 한 여자의 성장드라마
'끝사랑 95,100 해피엔딩'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노을 지는 강변옆 차 안에서
블루투스 마이크를 건네고
오빠에게 노래를 청했다.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어떤 곡에
오빠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편지..였나?.
오빠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평상시 남자스런 굵은 톤의 목소리는 희한하리만치 노래할 때 고와진다.
그런 오빠의 소년미가 사랑스럽고 설렘을 주기에
가만히 그의 소리를 만끽한다.
차창밖에는 정돈된 강변길이 보이고 한치 멀리
강물 건너에 병풍처럼 늘어선 산자락 끝으로 눈부신 노을이 황금빛을 뿌리고 있었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아.. 너무나 행복하다..'
어느새 볼 위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있고
그의 목소리가 나를 어루만지자
황금빛으로 수놓은 강변의 찬란함에 깨어난 감성이 순간의 행복으로 벅차오르는 충만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마친 오빠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의 잘 생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오빠... 나 행복해"
양쪽 볼 끝이 올라간 미소를 지으며 오빠가 말한다.
"잘했다고 뽀뽀선물 주는 기가?"
백번이고 천 번이고 주고 또 받고 싶은 선물이다.
겨울날 오후의 우리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평화로운 일상의 어느 한 때에
특별할 것 없는 일에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그와 함께 이기 때문이다.
오빠는 나에게 말한다.
'나는 너에게 뜨겁다'고.
그 뜨거운 오빠를 나는 안을 수 있다.
절절 끓는 따뜻함이 필요한 얼음공주라서
오빠의 뜨거움이 나를 살게 하고
뜨거운 오빠랑 만나면 따뜻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충만하다.
함께 일 때 가장 따뜻하고 서로가 제일 편안하다.
내가 태어나 만나 본 남자 사람 중에
우리 오빠 나의 낭군님이
가장 멋있다.
입었을 때 가장 편안하고
맵시가 나는 맞춤옷처럼
나를 돋보이게 해 준다.
나를 향한 그의 행동은 사랑을 샘솟게 하고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존경을 일으킨다.
그는 말 그대로 진짜 사나이다.
책임감과 지순한 사랑을 동시에 장착한
보기 드문 보석이다.
나는 흙 속에 묻혀있던 보석을 발견했고
그 보석은 나를 빛나게 해 준다.
오빠는 늘 말한다.
'나를 알아 봐 준 너'라고.
남자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여자에게
기꺼이 충성을 다한다고 하던데
오빠는 나에게 기꺼이 복종하며
완전한 사랑을 준다.
이제야 나는 사랑 안에 살고 있다.
그토록 갈구하던 나의 사랑.
내가 진정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여자로서의 사랑을 경험하게 해 준 나의 남자.
그 남자를 사랑한다.
사랑에 빠지기는 쉬어도
사랑을 하는 것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드디어 사랑을 하고 있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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