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메르헨> 3.배은망덕한 아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서정 옮김/ 문학과 지성사

by 소리책장


그림 메르헨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서정옮김
문학과지성사

매일 엄마 목소리로 그림책 한 권 아이에게 넣어주자는 약속을 스스로 했다. 대낮 같은 여름밤 지키지 못하고 있다. 자야 할 시간을 놓치고, 저질체력 마감으로 졸린 끝에 쓰러져 자게 했다. 그래서 오늘은 꼭 미리 읽어주기로 한다. 오늘 보는 <그림 메르헨> 두 번째 이야기 '배은망덕한 아들'은 페이지 아랫부분을 시작으로 해서 다음 장을 넘기는 한 줄로 끝이 나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한 개 읽어주었다. 기쁘다. 이렇게 오늘 쉽게 넘어가는구나! 짧아서 생각이 더 쉽지 않겠구나!



아주 무서운 경고장을 날린다. 부부가 맛있게 먹은 닭고기를 먹으려는 순간 남자의 아버지가 온다. 아버지를 보자 아들은 닭고기를 숨기고 주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고, 구운 닭고기를 집은 순간, 닭고기가 두꺼비로 변하며 아들의 얼굴로 들러붙어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아들은 날마다 얼굴에 들러붙어 두꺼비에게 밥을 먹이며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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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줄 되는 이야기에 이렇게 섬뜩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평생 들러붙어 여차하면 내 얼굴을 뜯어 먹을 기세로 있는 두꺼비의 존재는 공포스럽다. 배은망덕한 아들이라고 한 것을 보니 아버지는 아들을 최선을 다해서 키운 것인가? 이런 아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음에 화가 났던 것일까? 아들의 나이 많은 아버지도 개구리 정도 머리 위에서 키운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부모님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해가 갈수록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고, 금방 지치고, 선크림의 성분을 찾아보는데 손을 앞으로 뻗고, 머리는 뒤로하고 보기 시작하는 나를 보며 올 것이 왔구나. 나이를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들은 한 해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지실 것이다. 전화를 하면 묻기도 전에 어디가 아프다는 몸의 변화에 대해서 먼저 얘기를 하신다. 지인은 어머니가 아프면서 병간호와 매끼 집에서 밥과 반찬을 해드렸다. 직접 몸에 좋은 것들을 검색해서 종일 불앞에 있었단다. 정성스럽지만 너무 지친 일 년을 지켜보았다. 그간 어머니는 5번 이상의 수술을 하고, 병원을 몇 군데를 옮겼다고 한다. 식사와 환자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과 짜증을 받아냈다. 또 코로나로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도맡아 했던 그녀는 끝내는 너무 힘들고 지쳐서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죄책감에 힘들어하던 그녀는 지금 우울증과 무기력함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어떤 위로도 닿지 않은 말들을 톡으로 전하고 있다. 지금은 들리지 않지만, 어느 순간 꼭 가닿는 순간이 있기를 바라면서.


먹을 것이 풍부한 지금은 닭고기를 몰래 먹는 일이야 없겠고, 요양 병원도 있긴 하겠지만, 긴 병 앞에서는 내 얼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갉아먹는 두꺼비 같을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챙겨야 하는. 나름대로 챙긴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 온갖 심술과 심통을 부리는 두꺼비의 존재로 말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모두의 최선과 차선을 찾으며 부모의 노후를 맞이하고 싶다.

그리고 아들에게 들러붙어 먹고 싶지는 않다. 나를 단단히 챙기며 살고 싶다. 그렇긴 한데 건강검진이 최악으로 나와 재검진을 앞두고도 좋은 먹거리와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일에 너무 게으르다. 오늘은 달밤 산책을 나가야겠다.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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