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메르헨> 니콜라우스 하이델바스/ 김서정옮김/ 문학과지성사
하나는 하얀눈이, 다른 하나는 빨간장미라고 불렀어요. 두 아이는 세상 어떤 아이들보다 더 믿음이 깊고, 착하고,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었답니다. (p14)
엄마가 말했습니다. 뭐든 생기면 반드시 둘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 (p15)
오늘 빌라 탑층에 사는 아이 친구 집으로 놀러 갔다. 넓은 테라스가 있는 집이었다. 여름! 뭐니 뭐니 해도 물속에서 놀아야 하지 않은가? 테라스에 풀장과 해먹을 설치해 아이들에게 코로나와 폭염으로 갇혀 있는 방학에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름밤. 넓은 테라스에서 왁자지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으면, 어른들은 지글지글 고기 구워 먹는 소리를 들어야 맛이지! 채소를 파란색 김장용 비닐봉지에 몇 킬로그램씩 사서 먹는 집답게 식탁에는 초록색 생야채들이 한가득, 하얀색 구운 야채들이 먹기 좋게 있었다. 나는 계속 감탄을, 탄성을 지르며, 우렁 쌈을 먹었다. 그 옆에는 눈을 위로 치켜들고 모른척하며 소시지만 먹는 아들이 있다. (뉘 집 아들인고) 그 아들 옆에 있는 친구는 야채를 새우깡 먹듯이 흡입하고 있었다. 먹거리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이렇게까지 엄마의 건강한 식습관을 따라갈 줄은 생각 못했다. (원래 이럴 때는 고기, 햄 이런 거 아님요.) 또 주위에 밟히는 것은 책이 전부였다. 매일 도서관을 찍고 있고 20권씩 빌려다 보는 아이. 그러고 보니 이 엄마는 책이 너무 많아서 다른 빌라를 얻어 서재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저절로 여기 오기 전 읽은 <하얀눈이와 빨간장미>가 떠올랐다. 이거 하나 얘기하는데 너무 길었다. 흐흐흐
그동안 본 옛이야기와 다른 느낌이다. 꼭 악역이 있던데,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난쟁이는 말을 표독스럽게 하지만 좀 허당스럽다. 두 자매에게 직접적인 해코지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도 하나 지킬 줄 모르고, 늘 말썽인 수염은 묶거나 자르지도 않고 그대로 풀어헤치고 다녀 곤경에 처한다. 이런 난쟁이가 왕자의 보물을 훔치고, 저주를 걸다니 아리송하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다른 건 안 보이는 난쟁이인 것 같다. 그래서 이야기는 너무 평화롭고, 착한 아이(여자)가 곰이 된 왕자를 도와주고 마법이 풀린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로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오늘 간 집 엄마가 채소와 책을 뿌리는 교육을 보고 하얀눈이와 빨간 장미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무엇이든 생기면 반드시 나눠 가지라고 말한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아온 곰에게 문을 열어준 엄마가 베푸는 따뜻한 마음. 숲 속에서 동물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아이들을 믿고 내보내기까지 엄마와 두 자매가 숲 속 동물들과 함께 했을 시간, 엄마는 잠이 든 아이가 아침 햇살에 눈을 떠 하얗게 반짝거리는 옷을 입은 예쁜 아가를 보았다는 말에 착한 아이를 지켜 주는 천사라고 말한다. 늘 누군가가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도 두 자매가 잘 크는데 한 몫 했을 것이다. 도움을 주고도 욕을 하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난쟁이를 계속 도와주는 마음은 엄마의 교육이 아니었을까? 그런 게 어딨어! 셋까지만 세고 그 다음은 경고 소리 질러야지!
이런 난쟁이를 끝까지 도와준 덕에 곰의 가죽을 입고 있는 왕자는 난쟁이를 응징하고 보석을 찾고 마법에서 풀려났다.
곰의 가죽을 벗은 왕자와 결혼한 하얀눈이, 왕자의 동생과 결혼한 빨간장미, 평생 함께 하자는 자매답게 쌍사돈을 맺는다. 성으로 엄마를 모셔오고 장미 두 그루를 가져와 심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 같은 결혼의 찜찜함은 옛이야기를 읽을 때 단골 감정이다. 그래도 두 자매와 엄마. 세 여자를 보며 늘 "반드시 나눠야 한다"라고 말한 엄마의 말과 함께 세 여자의 연대를 생각해 본다.(2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