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에다 Jun 27. 2022

보호막

자연에게 배우는 소소한 삶의 지혜


-

연구소에 ‘박쥐란’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수형이 자유롭고, 멋진 이 아이는

처음 이곳에 이사 올 때부터

잎 표면에 뿌옇게 무언가가 끼어 있었습니다.


'닦아 줘야 하나?'

'그냥 놔둬야 할까?'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닦기로 했습니다.


-

다른 식물의 먼지를 닦듯 마른 수건으로

잎을 천천히 닦았습니다.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물을 묻혀 조금 더 강하게 닦아 보았죠.

그제야 푸른색 잎을 드러냈습니다.


그다음 날 연구소에 들어서니

박쥐란이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네, 눈치채셨겠지요.

뽀얀 건 먼지가 아닌

솜털이었습니다.


박쥐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였죠.


그래도 다행인 건.

그렇게 점점 힘없이 축 늘어져있던 잎들이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며

회복하는 중입니다.


-

보호막...

상처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식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있는 것.


-

때론 거칠게 말을 하고

화난 표정을 짓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좀 웃어봐”

“좀 부드럽게 말하면 안 돼?”

라고 말하는 대신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이 아닐까?'


보호막이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안전한 상황들을 경험하게 되면

그 보호막은 점차 사라지 않을까요?

작가의 이전글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