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라 오드리 Aug 05. 2021

생존에 절대 필요한 감정

도전에 관한 이야기

내가 어떻게 그걸 해. 난 아직 많이 부족한데...

주변에서 다양한 권유가 있을 때마다 주저했던 내 마음이다. 

처음 시작은 내 의사가 분명했다. 좋아하는 일이었고 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영어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즐거움을 갖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그림책을 찾아 어떻게 하면 이 그림책으로 쉽고 자연스럽게 영어라는 언어를 학습이 아니라 스며들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그 과정이 즐거웠고 더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고 괴롭혔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매미가 이제 땅 밖으로 나와 탈피할 순간이다.


첫 제안은 아이가 다니는 학원 원장님께 받았다.

함께 일해보면 어때? 기본기가 잡히지 않은 아이들에게 공부할 자세와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하셨다. 많은 지식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아이들 마음을 다독이고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닌 뜻을 이해하고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할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과 일치하는 방향이었다. 

아이들이 공붓벌레가 아니라 세상에서 나만의 가치를 찾아 내가 진짜 필요한 존재로 우뚝 설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었다. 다만 먼저 인생을 살아간 사람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동반자였으면 했다. 공부는 지겨운 게 아니라 지식을 찾는 여정이 새롭고 놀라웠으면, 좀 더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늘 나를 가로막는 건 나에 대한 믿음이었다. 

과연 내가 그만큼 지도할 수 있을까? 내 지식이 그렇게 깊이가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영어와 국어를 한 번 다 훑어보고 싶었다. 날마다 이어지는 수업 준비와 수업으로 너무 바빴고 고민만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어지는 수업들은 어찌어찌한다 해도 늘 비슷한 대상으로 이어지는 수업들은 내 실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내 고민은 깊어만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까?

가까이 지내는 분들이 책을 출판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종이책을 내고 작가라는 명함을 달았다. 말하기, 읽기, 쓰기의 마지막 단계인 쓰기는 내 지식을 한 줄기로 세워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과정이다. 그 깊이는 저마다 다를지라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하는 그 과정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을 분단위로 다시 초단위로 나누어 쪼개 쓰며 결국에 마침표를 찍었을 그들은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 


수영의 마지막 단계는 다이빙이었다. 스타트.

고작 내 무릎 정도만 올라가서 뛰어내리는데 발이 안 떨어졌다. 수심 2m의 물속이 너무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았고 다시금 수경을 고쳐 썼다. 내 순서가 다가올수록 오금이 저렸다. 드디어 내 차례. 뒷사람이 기다리는데도 뛰어내리지 못하고 아래서 지켜보던 강사가 자세만 잡고 가만히 있으면 본인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대신 절대 입수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말 것! 나는 시키는 데로 하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물이 거의 튀지 않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입수할 수 있었다. 그 느낌은 내게 큰 도움이 되어서 지금까지도 다이빙을 뛰어내릴 때 자세를 바로 잡고 시도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다. 


내가 딛고 일어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제안을 받았다.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했지만 그가 원하는 건 나였다. 마음이 이미 생각을 덮어버렸다.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그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다. 내가 가진 열정과 커리큘럼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내던져야 했다. 스스로 헌신과 봉사라 여겼던 그 마음이 안정을 추구하고 그냥 머무르고 싶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짜 나를 위해 이제는 도전해야 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일단 결정하기 전에 가족회의를 통해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 한 목소리로 묻는 건 바로 내 마음이었다. 내가 원하는가? 그런데 나를 위한 결정도 가족에게 미뤄 책임과 부담을 나눠가지려고 했던 것이다. 


내 마음의 두려움을 한 꺼풀 벗겨보자. 

그럼 내게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고 그것이 성장이 되어 나를 발전시킬 것이다. 생존에 절대 필요한 감정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여기 이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나를 다그칠 감정은 두려움이다. 이제 땅 속에서 나가 잠시 날개를 말리고 힘차게 도약해보자. 걱정은 날개를 말릴 동안 해도 충분하다.




p.s 표지사진은 Pixabay로부터 입수된  Michael Gaida님의 이미지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가 율동은 좀 합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