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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오드리 Sep 02. 2021

별 보러 가자

덕유산 자연휴양림


“일어나 봐.”

“응?”

“밖에 별 봐.”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던 둘째는 꼭 집을 나서면 표가 난다. 이번에는 가려움이다. 예민한 곳이 가려워 밤새 냉찜질을 번갈아 하다 보니 또 잠을 설쳤다. 게다가 별까지 보겠다고 들락날락하다 아쉬운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고 잠들었는데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곰 같은 남편이 이른 새벽에 나를 조용히 깨웠다.      

새벽 3시 반. 


이른 저녁부터 쏟아지는 비에 마음을 접었다가 10시 반쯤 구름이 걷히자 달무리가 졌다. 아쉬움을 달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 소리에 간신히 눈을 떠 베란다로 나갔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순간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에 말을 잃었다. 왜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을까? 자연의 경이로운 순간에 딱 맞는 표현이 있다면 난 그 문장을 외우고 다닐 거다. 하늘을 가득 채운 건 다름 아닌 별이었다. 쏟아지는 별, 은하수는 이런 걸 말하는구나. 속리산 정상에서 한밤중에 봤던 별. 설악산에서 머물며 봤던 별. 지리산에서 사이판에서 봤던 그 별들을 다 합쳐도 지금 내가 보는 별보다는 적을 것 같았다. 

“감기 걸려.” 

“응”

들어와 아늑한 이불속으로 들어갔지만, 다시 잠을 청할 수는 없었다. 다시 일어나 앉았더니 남편이 묻는다. 나가볼래? 응! 이심전심이라고 우리가 이렇게 마음이 잘 통했던가? 나만 보기 아쉬우니 옆에 곤히 잠든 아이들을 깨워보았다. 간절하면 일어나겠지? 그래 이런 절경은 간절한 사람만이 볼 수 있어야 해. 다행히 한 명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우린 깊은 어둠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그리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하늘. 

눈이 시리게 반짝이는 하늘. 

덕을 많이 쌓은 사람에게만 보일 것 같은 하늘. 

별이 수놓은 하늘. 

그 하늘을 목이 시리도록 바라보았다. 


인간의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이다. 우리가 나약한 존재라는 건 이제 12살 초등학생도 안다. 세상에 뭣하나 이루지 못할 것 없어보이는 천하무적인 듯 살아왔으나 이렇게 자연 앞에만 서도 작아지는 것을. 경이로움에 또 다시 작아지는 나를 본다. 쏟아지는 별 빛에 반대로 묻혀지는 어둠. 두려움에 자꾸만 움츠러들면서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이 순간이 사라질까 두려워 가득 가득 눈으로 채워본다.


만약 당신이 아름다운 별빛 아래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면, 당신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정적 속에서 깨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Si vous avez jamais passé la nuit à la belle étoile, vous savez qu’à l’heure où nous dormons, un monde mystérieux s’éveille dans la solitude et le silence.

- 알퐁스 도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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