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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솔 Apr 28. 2024

초보 사장의 우당탕탕 장사 실수 모음집

멘탈은 뭉개져도 떡만큼은 쫀쫀하게

사장이 처음이라면 사장도 일을 배우는 인턴십 기간이 필요하다. 어설퍼도 열정으로 끈기로 버틴 지난 3개월, 씩씩하게 잘 해낸 일도 많지만 실수도 잦을 수 밖에 없었다. 실수했을 당시에는 세상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한 발 멀리서 보니 나름 이 정도면 수습할 수 있는 귀여운 실수였던 것 같다고 나 자신을 토닥여본다. 초보 사장들의 우당탕탕 실수 모음 편! 이렇게 어설퍼도 장사 합니다! 우리 멘탈은 종종 뭉개져도 떡만큼은 쫀쫀하게 만듭니다!



#슈가~ 예스 플리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설기가 막 찜통에서 나왔을 때였다.

“아아!!! 미쳤나 봐!! 설기에 설탕을 안 넣었어…“

엄마의 절규가 손님에게 향할 준비를 마친 따뜻한 설기를 급속도로 굳게 만들었다.

”7개나 만들었는데, 이거 다 어떡해….“

”진짜 안 넣었어?“

확인을 위해 설기를 먹어봤는데 단맛이 전혀 없다.

”진짜 안 넣었네….“

그날 찐 설기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전부 우리 가족 뱃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방금 찜기로 들어간 설기가 스팀 샤워를 하고 있을 때였다.

“아악!!”

다시 엄마 사장의 비명이 들렸다.

“왜왜!!”

“설탕… 또 안 넣었어.”

엄마는 자꾸 쌀가루를 찌기 전에 설탕을 넣는 과정을 잊어버린다.

“괜찮아… 다시 찌면 되지.”

‘설기는 또 먹으면 되지.’

지금 제일 답답해 보이는 건 엄마 자신인 것 같아 왜 그랬냐는 말은 살짝 넣고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똑같은 설기 주문이 들어왔다. 우리에게는 설탕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엄마가 쌀가루를 꺼낼 때 재빨리 사전 알람을 보낸다.

 ”엄마 설탕 잊지 마?“

”그러니까 나 설탕 잊으면 안 돼.“

오후에 출근한 어떤 날, 엄마가 같은 설기를 혼자 똑같은 설기를 만들어 놨다.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엄마? 설탕 넣었지?”

0.2245초 간 심장이 두근거린다.

”넣었지.“

엄마는 설탕 없는 설기를 4판이나 만들고 나서야 설기에 설탕을 꼬박꼬박 넣는 사람이 되었다.^^



#300원에 (할인해) 드릴게요

설기가 모양이 조금 작게 나왔다. 맛과 상태가 똑같은데 남는 게 아까워 300원 할인이라고 쓴 가격표를 붙여 매장에 두었다. 한 손님이 구매를 결정하셨다.

“이건 크기가 조금 작아서 300원 할인해 드릴게요.” 웃으며 능숙하게 할인 금액을 포스기에 입력했다. 3,0,0 카드 결제를 마치고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드렸다. 준비한 디저트가 평소보다 많이 팔려서 특히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그 다음날 엄마 사장님이 물었다.

“너 어제 설기 할인해서 팔았지?”

“응 그랬지?“

”너 그거 얼마 받았는지 알아?“

늘 포스기 계산 실수는 엄마가 하고, 내가 따박따박 실수를 바로잡아주고 있었다.

”내가 저번에 알려 준 300원 할인 입력하는 기능 있잖아, 그걸로 2,700원 받았지?“

”너 300원 받았어^^ 2700원 할인해 주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 있는 거랬다…



#실수가 바로잡아준 실수

당일 주문 제작에는 늘 실수의 위험이 따른다.

“오늘 오후에 되나요? 2시간 후쯤에 찾으러 갈 것 같은데요.”

손님들이 던진 타임어택에 능숙한 사장이라면 당황하지 않고 우아하게 주문을 해낼 텐데, 초보 사장에게는 식은땀이 줄줄 나는 미션이 된다. 그날도 엄마의 지인이 부탁한 선물 세트 주문이 들어왔고, 우리는 3시간 동안 집중해서 월병 선물 세트를 만들었다. 다행히 설에 지겹게 만든 메뉴라 모양도 손쉽게 내고, 반죽 상태도 매끈해서 엄마랑 둘이 우리 실력이 좀 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월병을 낱개로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고, 박스에 넣어 보자기 포장까지 다 묶었는데, 픽업 시간까지 15분이 남았다. 아슬하지만 잘 끝냈다 싶어 후련했는데 이번에는 내 비명이 가게에 울려 퍼졌다.

“엄마아아악”

“무섭게…왜?”

“우리 월병 설명 카드 안 넣었어….”

왜 이런 사실은 꼭 포장이 여러 겹으로 복잡한 경우에만 발생하는 건지 정말 알 수 없다.

”다시 풀자…“

실수를 감상할 시간도 남지 않아 서둘러 보자기 포장을 풀었다. 상자 뚜껑을 열고 설명 카드를 넣으려는데,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월병을 담은 플라스틱 케이스 뚜껑이 단 한 개도 덮여있지 않았다. 너무 놀라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진짜였다. 우리는 5초의 침묵 끝에 겨우 충격에서 벗어났다.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인스타 올린다고 사진 찍고 뚜껑도 안 닫고 포장한 거지 우리?“

”손님이 열어봤으면 뭐라고 생각했을까?“

우리는 마주 보며 실소했다.

“안내 카드 구성 하나쯤 빠지는 건 실수도 아닐 뻔했구나.“

작은 실수가 우리를 살린 날이었다.



#퇴근이 하고 싶어서

마감 2시간 30분 전 애매하게 잘 팔리는 메뉴가 품절되었을 때 고민에 빠진다. 다시 만들어두면 팔릴까? 아니면 내일 만들까? 하나라도 더 팔고 싶은 욕심쟁이 초보 사장은 앞치마를 다시 매고 퇴근 전 메뉴를 서둘러 만들기로 결정했다. 반죽을 만들어 틀에 붓고 찜기에 30분이 넘는 긴 시간을 쪄야 하는 메뉴였다. 마감 30분 전 찜기 타이머가 울렸고, 손님이 들어오셨다. 채팅으로 예약 주문도 들어왔다. 설거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결제하고 주문을 받고 식기를 다 닦고 퇴근 시간이 넘은 걸 보고 얼른 매장을 정리하고 나왔다.


다음날, 아침, 09시 38분, 쌀찜 카스테라가 00동 떡공방 찜기에서 외롭고 축축한 습기에 젖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카스테라를 감싼 유산지에 묻은 습기를 키친타월로 닦아내며 이번에는 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다시는 퇴근에 눈이 멀어 디저트를 방치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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