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맥스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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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0일 토요일, 굉장했던 개강 첫 주를 겪고 나서 찾아온 단비 같은 주말의 시작이다. 이 날은 조명도 살 겸 S와 함께 웁살라 시내 탐방을 가기로 했다. 웁살라 시내는 플록스타로부터 도보 30분, 자전거로 넉넉히 10분 정도 소요되며 대성당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쭉 타고 내려간 뒤 강을 건너면서부터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당일 찍은 사진이 거의 없어서 올라간 사진들의 시점이 다 다르다. 단적으로 사진 속의 날씨가 매우 화창하고 눈이 없다는 것을 보고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성당 앞에 있는 강의 이름은 피리스 강으로, 이 강을 따라서 카페, 식당 등 가게들이 많이 있어 날이 좋은 날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나와서 대화를 나누는 자칭 타칭 힐링의 장소이다. 더불어 필자가 웁살라에서 생활하며 정말 좋아했던 장소 중 하나이다. 강 근처에 인생 당근케이크를 파는 최애 카페가 있었는데 날이 풀린 이후로 매번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한가롭게 당근케이크를 먹으며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른 도시에서 놀러 올 정도로 큰 행사인 웁살라의 발보리 축제 기간 동안의 피리스 강은 그야말로 핫플이 된다. 평소에는 유유자적의 키워드일 정도로 고요하고 한적한 웁살라의 피리스 강 주변이 사진처럼 정말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다. 이처럼 시내 근처의 피리스 강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장소이다.
지도에서처럼 웁살라 대성당을 지나 강을 건너면 이제 온갖 상점들이 잔뜩 쏟아진다. 옷 구경의 유혹을 잠시 뿌리치고 S와 필자는 먼저 조명을 사러 갔다. 스웨덴의 조명은 대체로 따뜻한 빛이다. 한국처럼 쨍쨍한 하얀색의 조명은 주로 대학 강의실, 마트와 같은 공적인 곳에서만 사용되는 편이며, 당연하게도 기숙사 조명 또한 온갖 주황색의 향연이다. 초반에 주황빛이 매우 답답하게 느껴졌던 필자는 고민 끝에 아예 천장 조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감이 안 오는 분들을 위해 기숙사 방의 조명을 찍어보았다.
3000K, 4000K 개념도 잘 몰랐던 터라 전기학을 전공하신 아빠에게 페이스톡을 걸어가며 겨우겨우 조명을 구입할 수 있었다. 밝기는 한국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았지만 그래도 주황빛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래 사진 속, 손에 쥐고 있는 작은 상자 두 개가 바로 조명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매번 밤에 불 다 끄고 유일하게 키는 주황색 스탠드 조명에 익숙해진 나머지 천장 등을 그다지 킬 일이 없었다고 한다. (···) 이후엔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그러다가 운명의 캔들을 발견하는데...! 한국에서는 거들떠본 적도 없는 캔들이었지만 향과 색깔이 시선을 사로잡아 "이건 사야 해!"를 외치며 35,000원가량의 캔들 하나를 샀다. 비록 웁살라 생활 동안 끝까지 다 쓰진 못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은 잇템 중 하나다.
사진처럼 스탠드 조명이 생각보다 밝고 아늑해서 이것만 키고 살았던 거 같다. 숨은 그림 찾기 같은데 운명의 캔들 또한 잘 놓여 있다. 알차게 시내 탐방을 마친 뒤엔 저녁을 먹기 위해 그렇게 유명하다는 스웨덴 토종 햄버거 브랜드인 맥스(MAX)로 갔다. 네이션 버거 탐방과 연이어서 웁살라의 온갖 버거를 섭렵하겠다는 마음으로 들렸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필자의 취향은 아니었다. 맛은 많이 짠 맥도널드 베토디랑 비슷했고, 다음부턴 네이션 가서 버거를 먹기로 다짐했다. 특이했던 점은 한국처럼 휴대용 케첩 소스를 안 주고 셀프로 용기에 케첩을 짜서 먹는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시내 탐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밀린 빨래를 해치우고 S로부터 와인 파티에 초대를 받아 S의 코리도로 향했다. S의 코리도인 스웨덴인 2명과 함께 도합 4명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스웨덴인 친구가 가져온 술을 나눠 마셨는데, 여기서 인생 술을 만났다.
해당 술은 뱅쇼처럼 뜨뜻하게 데워먹는 건데 스웨덴에선 주로 크리스마스 때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웁살라를 떠날 때까지 온갖 장소에서 해당 술을 찾아다녔지만 크리스마스 이벤트 술이라 그런지 파는 곳이 없었고, 그 이후로 다시 마실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쟁여둔 와인이 없었던 지라 스웨덴인 친구들에게 술을 대접받았다. 그래서 다음번 모임에서는 한국 대표 주종인 소맥을 꼭 맛보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곧 S가 받을 한국에서 날라오는 택배에 소주가 있기 때문이다. (ㅋㅋㅋ) 위의 술은 언젠가 꼭 다시 마셔보고 싶다!
참고로 위에서 '쟁여둔 와인이 없다'는 말의 배경을 집고 넘어가고자 한다. 한국이라면 근처 마트로 가서 쉽게 사 왔겠지만, 스웨덴은 술을 사려면 지정된 가게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그 가게의 이름은 바로 Systembolarget이다. Systembolaget는 스웨덴에서 정부 소유의 주류 판매점 체인으로, 3.5 % 이상의 알코올을 함유한 알코올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소매점이다. 마트에서도 술을 팔긴 하는데 보통 알코올 도수가 0.5%이며 3% 정도가 최대치다. 신기했던 게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가격도 비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