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와 연말이 공존하는 주간

주별 일상 기록기 - 12월 5주차

by 소리

[오늘의 BGM - 백예린 - Fuckin’ New Year]


1.

이번주 월요일엔 2022년의 마지막 휴일을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휴가를 쓴 건 처음인 거 같다. 대개 맛있는 식당 예약을 한다거나, 전시회를 간다거나… 무언가를 했던 거 같은데, 이번 휴일에는 그냥 편안하게 집에서 쉬었다. 전 직장을 다닐 땐 일의 특성상 대개 2주 정도 길게 휴가를 썼었고, 갑자기 단기로 쓰는 경우면 이제 몸이 아프거나 이사를 가야 하거나 등 뭔가 이벤트가 있었다. 한 번에 휴가를 길게 쓰거나 평소에 짧게 쓰거나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은데,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전자가 더 좋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엔 후자가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필자는 여행과 일상 모두 풍족하게 누리고 싶어 하는 욕심덩어리라는 게 중요한 점이다. 다음 이직 시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곳으로… 하하.


케이크를 노리는 하루


2.

화요일엔 직장인 친구에게 밥도 얻어먹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빛초롱 축제’도 보러 갔다. 연말에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시간을 길게 빼진 못해서 그 대신 놀거리를 찾던 중 서울빛초롱 축제를 발견했다. 확실히 점점 한국도 ‘제야의 종’ 이벤트 외에도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연말 분위기를 내는 데에 진심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 하늘에서 터지는 돈덩어리인 불꽃놀이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여하튼 원래 금요일날 빛초롱 축제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고마운 친구님이 급 화요일날 저녁을 쏘겠다고 해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약속 날짜를 필자의 약속 기피 넘버원 요일로 옮겼다. 주중에 목, 금만 약속 잡는 게 누군가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필자는 이미 신입 때부터 그래왔다. 이유는 약속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남은 출근을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게 싫어서다. 그래도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고 예쁜 것들도 잔뜩 봐서 그런지 그날 저녁에 돌아가는 길이 나쁘진 않았다. 헤어질 즈음 고통스러워하는 필자를 보고 풀재택 자랑하는 친구 멱살을 몇 번 움켜쥐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복토끼님 새해 복 많이 주세요


3.

이번주도 드로잉 수업에 갔다. 살짝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가면 좋아할 거라 INTP의 최대 방해꾼인 귀찮음을 이겨내고 수업에 갔다. 이번주는 유독 정신을 놓고 그림을 그렸던 거 같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번에는 어떤 스킬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담기보다는 ‘뭔진 모르겠는데 일단 그리고 본다’는 마음으로 그려서 그런 것 같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예술 관련 무언가를 할 때는 의식의 흐름대로 하기보다는 계산(?)하면서 만든 결과물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도 처음에 마구잡이로 그려놓은 걸 나중에 계속 바로 잡느라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인간이 느끼는 자연스러움 속엔 항상 치밀한 계산이 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나름의 느린 속도로 한 번 갈 때마다 하나씩 완성하는 거 같다. 다만, 다음 주에는 여행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미국 가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번주에 그린 거 (왼쪽) 다음주에 그릴 거 (오른쪽)


4.

2022년의 마지막 주를 돌이켜보니 계속 먹었던 것 같다. 먹다 보니 2022년이 갔고, 2023년이 찾아왔다.


2023년이 찾아오기 몇 시간 전, 이루고 싶은 걸 아직 적지 않았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생각나는 걸 메모한 뒤 카카오톡 내 톡방에 공지로 띄어두었다. 어려서부터 wishlist 적는 걸 좋아했던 거 같은데, 다 커서도 어렸을 적의 흔적을 보는 듯 습관이 되었다. ‘이루고 싶은 것’, 이 말이 불러오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좋다. 뭔갈 먹지 않았는데도 배부른 느낌이랄까. 이렇게 적어두면 가끔 생각날 때마다 보면서 까먹고 있던 건 다시 시도해 보고, 잘 안되던 건 마음을 다 잡는 계기가 된다. 그게 꼭 이뤄지든 아니든 간에.


평소에 계속 생각했던 걸 적어보니, 크게는 7가지의 wishlist가 만들어졌다. 그 7가지에는 2022년에 적었던 것과 동일한 내용도 있고, 22년에 이룬 걸 23년에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도 있고, 새롭게 생겨난 내용도 있다. 그중에선 기록 잘하기도 있는데, 우선 23년 첫날의 기록은 여기서 마친다.

냠냠냠냠




1월 2일 월요일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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