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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an 08. 2023

무덤덤한 새해 첫 주

주별 일상 기록기 - 1월 첫째 주

[이번주 BGM : Jakubi - Couch Potato]


1.

새해  많이 받으세요.’ 관성적이나 약간의 애정이 담긴 문장과 함께 새해가 다가왔다. 항상 하던 말이지만 설렘을 품었던 말이었는데, 올해는 왜인지 무덤덤하게 느껴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해가 지고 떠오르는 일련의 과정이라지만  나름의 의미를 붙이고 싶은  새해이기에 이런 무기질적인 감정이 당황스러웠다. 신기했던  필자뿐만 아니라 새해가 되어 인사를 나눈 친한 지인이나 회사 동료들과도 ‘새해 같지 않다 감상을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가볍게는 신정이 일요일이라 못 쉬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필자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근 몇 년 동안 새해를 함께했던 단단한 의지(?)가 소강상태여서 그런 것 같다.

19년은 무사히 졸업하겠다는 대학교 4학년의 의지
20년은 취업을 할 거라는 의지
21년은 신입사원의 의지
22년은 이직의 의지
23년은…?

23년을 시작하기에 앞서 7가지의 wishlist를 적었지만 강한 의지를 담은 목표라기보다는 풍요로운 일상생활을 위한 노력에 가깝다고 느꼈다. 일상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욕심 속에서도 마치 반동분자처럼 일상을 깨뜨릴 즐거운 무언가에 관심이 간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먹는 달달한 케이크도 좋지만, 하루의 일과를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만드는 무언가를 기다리기에.


2.

이번주는 거진 밤 8시~10시 사이로 귀가했다. 귀가가 늦어진 이유에는 1월 중에 있는 휴가도 있지만, 기존에 같이 업무를 하던 팀원 한 명이 이동을 하면서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물리적, 정신적인 몸부림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전 직장에 비해 갑자기 터지는 이슈사항도 많고 동료들과 협업하는 비중도 높다 보니 내 할 일만 잘해서는 안되는데, 그렇다고 업무를 보는 시야가 넓지 않은 상황이라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건너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속도가 더뎌지는 것 같다.


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일잘러가 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다 때려치우고 고양이랑 하루종일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요즘이다.  일할 때만큼은 없던 J 성향이 살아나는지라 계획대로 안될 때면,  ‘역시 내 맘대로 한 번에 잘 될 리가 없지 ㅎㅎ’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스트레스를 꽤 받고 있다. 이 즈음에서 다시 다짐하는 건 다음번 이직할 때는 최소 2개월은 쉴 거라는 것!


3.

바쁜 일과 속에서도 드로잉 수업을 다녀왔다. 이번주는 이미 저번주에 예고했던 대로 그림 배우기의 목표 중 하나였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그리기를 했다. 그리고 고통을 맛보았다. 내가 찍은 사진인 만큼 좀 더 섬세하게 그리고 싶은 욕망과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반복되어 찾아왔고, 그 중간의 절충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며 참아냈던 것 같다.(?) 초반에는 연필로 전반적인 구도와 디테일을 잡아내다가 시간을 보냈다. 공간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구도를 잡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다.


이후에는 선생님의 조언으로 바로 색연필로 칠하는 방법보다는 펜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게 또 힘들면서도 하나둘씩 채워지는 공간을 보니까 재밌었다. 끝나갈 즈음에는 선생님한테 힘들다고 찡찡거리다가 남은 부분은 다음 주에 할 일로 남겨뒀다. ‘습관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가끔은 찡찡거리면서 대충하지만, 조심하지 않아도 될 습관으로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존의 습관을 고치는 것만큼 새로운 습관 만들기가 진짜 어렵다는 걸 느끼고 있기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변하는 중

4.

요즘 필자의 주말을 책임지는 3가지를 뽑으라면, 바로 고영이, 커피, 딸기생크림케이크를 뽑을 것이다. 요즘은 심심하다고 생각될 때면 고영이를 붙잡거나, 카페라떼를 만들어먹거나, 케이크를 먹으러 나간다. 오늘도 언어교환이 끝나갈 즈음, 이거 끝나고 뭘 할 거냐는 물음에 아마 케이크 먹으러 나갈 것 같다고 대답했는데, 결국 고민 끝에 진짜 먹으러 나왔다. 먹으면서 이참에 베이커리 학원을 다녀볼까 생각이 들긴 했는데, 우선 미래의 나에게 맡기며… 당장은 남은 주말을 늘어지게 보내야겠다.




안 바쁜 월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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