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별 일상 기록기 - 2월 셋째 주
[이번주 BGM : Happy Fools(feat. Coi Leray)]
1.
고루했던 자료 작성을 얼추 마무리하고 드로잉 수업에 갔다. 이번주는 대망의 기초 수업 마지막 단계인 인물 초상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선생님이 사람 얼굴은 작은 차이로도 분위기가 휙 달라진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본적인 선을 다 그렸는데도 피사체가 누군지 딱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다. 그림을 소생하기 위해 선생님께 SOS를 청하니, 그림을 보시더니만 선보다는 음영이 더 중요한 유형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 약간의 선 보정을 해주시고 음영을 얼굴부터 차례대로 넣어보라고 하셨다. 신기하게도 음영이 좀 들어가니까 피사체가 누군지 구별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인물 그리기가 골치 아픈 점이 열심히 그렸는데 미세한 차이로 누군지 못 알아보는 점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아직 다 안 그렸는데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 스스로에게 합격의 목걸이를…!
이번에는 유독 집중해서인지 끝나는 시간이 아쉬웠다. 마음 같아서는 진득하게 붙잡고 다 끝내고 싶었지만, 다음 주를 기약하며 스케치북을 덮었다. 집에 가서 가족한테 누군지 맞춰보라고 했는데, 바로 맞춰서 기분이 좋았다. 하하.
2.
오랜만에 잡았던 친구와의 약속이 당일 취소됐다. 평소 같았으면 ‘어쩔 수 없지’하고 집에 갔겠지만 그날따라 그냥 집에 가기가 아쉬워서 뭘 할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보려고 미뤄놨던 슬랭덩크 극장판을 보러 갔고, 이번주에 제일 잘한 일이 되었다.
슬램덩크가 얼마나 재밌는 지도 당연히 얘기하고 싶지만, 그것보다 앞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혼자 놀기’이다. 이번에 혼자 영화를 볼지 고민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영화를 볼까 말까’보다도 ‘혼자’ 영화를 볼까 말까가 컸던 것 같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은 아닌 게,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평소에는 혼자 카페 가는 것도 즐기는 편인데, 문득 혼자 하기 싫을 때가 찾아오는 것 같다. 그 이유를 고심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혼자 할 때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필자의 삶을 기록하는 것에 나아가서 타인에게 보여주고 공감을 받으며 내가 그래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걸 안다. 인간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는 본질적으로 외로운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스스로가 외로움을 느낄 줄 알고, 때로는 이 외로움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게 이번에 느낀 어느덧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의 감정과는 별개로 혼자 노는 법을 알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또한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로는 나 혼자 즐김으로써 내가 느끼는 무언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틈을 가질 수 있는 한편, 언제든지 내가 하고 싶은 걸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데 수고스러움이 든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다. 이게 시도가 필요한 부분인가 싶기도 하지만, 나이을 먹다 보면 익숙했던 게 어려워지고, 어려웠던 게 쉬워지기도 해서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겠거니 한다.
하여튼, 오랜만에 혼자 본 영화인 슬램덩크 극장판은 최고였다. 후속 편이 없다는 게 이렇게 슬플 줄이야…
3.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주말 카페 나들이.
자주 가는 카페가 최근에 자그마한 변화를 맞이하여 이를 축하하는 겸 카페에 왔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작은 행복에 기뻐하는 순간들이 필히 찾아오는데, 요즘의 필자에게는 ‘단골 카페에서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으며 글을 쓰는 일’이 이러한 순간들을 꽉 채워주고 있다. 각자 다른 소재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마음에 드는 노래(이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달그락 거리는 주방 소리를 듣다 보면 다음을 생각하는 머리가 비워지고, 지금 순간의 느낌들이 잔잔한 파랑처럼 다가오고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느낌으로 지난 한 주를 정리하면서 돌이 키다 보면 다시금 자연스럽게 다음에 대한 생각들이 차오르는데, 이러한 변화를 번갈아 하다 보면 어느새 집으로 갈 시간이 찾아온다.
일상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