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실리콘밸리 UXUI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저는 2019년 9월에 석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세상은 서서히 멈춰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코로나가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IT 회사들이 포진해 있는 시애틀이라는 지역 특성상, 전문직 외국인들이 많기에 인종차별은 거의 겪어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중국발이라는 소문과 함께, 또 당시에는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는 인종이 아시안이었던 탓에, 처음으로 차가운 눈총과 쌀쌀맞은 태도의 대상이 되어보니 코로나가 왜 하필 내 꿈 꾸던 미국 생활을 반년도 안되어 망쳐버리는지 속상했습니다.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회사들도 모두 원격근무로 전환되었습니다.
나는 학위만 따려고 미국에 온 게 아닌데… 취업은 어떻게 한담… 앞이 막막했던 것도 잠시. 학교에서 만든 취업 연계 플랫폼 Handshake에도 커리어용 SNS인 LinkedIn에도 fully remote 자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어? 이거 오히려 좋아 일수도 있겠잖아? 이전에는 시애틀 지역 한정으로 혹은 거주가 가능한 지역 위주로 좁혀서 찾던 인턴 기회를 지역의 구분 없이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첫 번째로 인턴을 하게 된 회사는 코로나 시작 1년 뒤인, 2021년 1월에 꿈도 못 꾸던 보스턴 지역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서류제출과 2번의 면접, 포트폴리오 리뷰까지 모든 것이 온라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의 석사 생활동안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4번의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각 회사마다 얻은 경험과 선택한 이유가 모두 달랐는데요. 졸업 후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으며 뒤돌아보니, 나라는 디자이너와 나만의 커리어를 닦아가는데 각기 다른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회사는 ezCyberSecurity라는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CEO와 CTO 두 명이 전부였고 회사명조차 계속 바뀌는 정말 garage 상태나 다름없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CEO가 인적 네트워킹과 레버리징에 특장점이 있는 분이었고,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 다른 전공의 같이 뽑힌 인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등 미국에서의 첫 번째 직장생활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회사는 Panimate라는 6명 규모의 스타트업이었는데, 입사 후 알게 된 사실… 사장님도 투잡이라고요? 이곳은 voice-to-image 기술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는 스타트업이었는데, 그 다양한 서비스의 identity를 시각적으로 다양하게 실험해 보고 론칭까지 PM이 이끌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던 테스트베드가 되어주었습니다.
세 번째 회사는 Xpanse라는 금융권 스타트업이었는데 50명 이상 규모의 회사다운 회사였습니다. 인턴 전에 꼼꼼한 온보딩 프로세스와 보안이 갖춰진 맥북을 택배로 받았을 때의 그 설렘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곳은 HR도 제대로 갖춰져 있어 오퍼레터 협상도 경험해 볼 수 있었고, 5명 정도 규모의 디자인팀이 있어 함께 크리틱을 주고받는 스크럼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Motion2 AI라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회사에 들어갈 때쯤에는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정말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는 어떤 industry, 어떤 환경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에 많이 사용되는 image machine learning과 AI 기술을 접목한 회사라는 것.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실리콘 밸리라는 지역에 매료되었던 회사였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왔던 가장 큰 동기가 다양한 경험을 깊이 있게 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였기 때문일까요? 단시간에 욕심껏 최대한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단면적으로 보면 당시에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되고 대기업마저도 인턴 기회가 많이 막히고 정규직 전환도 경직되었던 시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미국생활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만한 스펙을 쌓는 것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큰 인생의 교훈들 몇 개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 코로나 기간에 인턴을 하면서 경험적으로 알게 된 명암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멈출만한 팬데믹이 와도, 내 인생이 어두워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먼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조상님의 지혜처럼 어느 하늘에나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것을. 또 없는 길을 찾는 것만큼 재미난 방탈출도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코로나였습니다.
이번 편에는 코로나 기간 동안의 인턴 경험을 나누고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다음 편에는 학교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외노자”로써 일자리를 구했던 경험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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