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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7. 독일 회사의 이모저모

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기

by 란트쥐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2년만 다니다가 유학을 왔기 때문에, 잠깐 했던 아르바이트 외엔 한국에서의 직장 경험이 없다. 그래서 한국 회사의 회식이라던가, 경조사 문화를 카더라 하는 글과 드라마로 간접경험만 해봤다.

물론 드라마의 회식은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에 회식에 대한 로망도 있고, 언젠가 경험해 보고 싶다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사는 곳, 일하는 곳은 독일 남부의 시골마을로 도시와 다르게 좀 더 보수적인 곳이고 가톨릭 휴일을 지키는 지역이다.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을 제외하면 Fasching (파슁 혹은 Karneval 카네발-사육제) 을 유난히 크게 챙기는 편인데 큰 도시가 있는지역이 아니라 여러 소도시나 동네들끼리 퍼레이드를 하고 술마시며 즐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건 (맥주 다음으로) 퍼레이드 혹은 코스튬인데, 매해 테마를 정해서 코스튬을 입고 모인다음 퍼레이드를 보고 술마시고 노는게 주요 목적인것 같다. 그시즌엔 휴가도 많이 내고, 회사에 코스튬을 입고오기도 한다.


그 시즌엔 빵집에 베를리너 (Berliner)라는 도넛을 파는데, 던킨도넛츠의 설탕파우더가 입혀진 도넛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조금 달라서, 특정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의 출신지역을 알수도 있다.




회사에서 매년 니콜라우스 데이에 산타할아버지 초콜렛을 준다




우리 회사는 가족회사이면서 여초회사라 사무실에 간식이 늘 있고, 종종 쿠키나 케이크를 구워오는 동료들이 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고 난 뒤에 인사치레로 케이크나 쿠키를 구워오는 동료들도 있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가져오기도 한다.



부서가 크면 클수록 케이크를 먹을 일이 많아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생일인 사람이 자기 생일케이크를 직접 가지고 온다.


회사 다니면서 누군가가 이러이러해야 한다 하고 알려준 게 아니라 그냥 아 여기는 이렇구나 하고 배운 것 중에 하나인데, 생일자는 케이크나 머핀을 구워서 가지고 오는 문화가 있었다. 보통 케이크를 갖다 두고 부서전체에 메일로 케이크를 가져다 두었으니 먹어라 - 하고 알려준다.


우리나라에 엄마의 반찬, 할머니의 김치 같은 레시피가 전해져 오는 것처럼 여기는 할머니의 케이크. 엄마의 쿠키 레시피가 전해져서 내려온다. 같은 종류의 케이크라도 집집마다 재료도, 맛도 조금씩 다른 게 정말 김치 같아서 이 집 저 집 케이크 맛보는 재미도 좀 있는 것 같다.





몇년전 생일자들 셋이 모여 준비한 아침식사 초코바나나 만들기 재밌었다

생일자 외에 또 케이크나 간식을 가져와서 나눠먹는 경우는 결혼이나, 출산을 한 동료의 감사 인사가 있다.

여기는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면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기 때문에 동료가 결혼을 하면 부서나 같이 일 하는 타 부서 동료들이 돈을 모아서 카드와 선물을 한다.


우리 회사는 주로 결혼하는 동료에겐 액자나 나무를 구해서 돈으로 (유로 지폐) 나비나 꽃을 접어 액자를 꾸미거나, 모빌을 만들어서 현금 선물을 했고, 아기를 낳은 동료에겐 아기선물 + 산모선물과 카드를 한다.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잼을 만들었는데 그 김에, 혹은 체리가 많이 남아서 (체리나무를 키우는 집이 많다) 등등의 이유로 케이크나 머핀을 구워서 오기도 한다. 케이크나 머핀이 없어도 초콜렛, 젤리, 쿠키는 어느부서에 들어가도 있는데 간식이 없으면 일할수 없는건가 싶기도 하다.





한국은 여기저기 축의금 관련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우리 회사는 대부분 2 - 10유로 사이의 돈을 각자 내고 그걸 모아서 선물한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별 부담이 없는 정도의 선물을 주고받는다-


시골에 살아서 좀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우리 회사 분위기가 좀 더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좋게 말하면 가족적인 분위기,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 넓은 분위기이다. 누군가가 이사를 한다던가, 면허 취득이나 졸업을 하면 팀 내에서 선물을 한다. 이사를 언제 한다 어디로 한다 하는 정보는 당연하게 알게 되는 것이고, 그릇은 이미 샀는지 무슨 가구를 샀는지 어떤 게 필요한지 정도는 스몰토크로 미리미리 다 알게 된다.


팀 내에서 선물할 때는 대부분 각자 5-8유로 정도 부담해서 하는 편이고, 카드를 사서 혹은 만들어서 이름을 쓰고 보통 카드 내용은 인터넷에서 열심히 문구를 찾아서 쓴다.





Alles gute zum Geburtstag

생일 축하합니다






우리 팀은 3년 전까지 다른 부서에 포함되어 있다가 지금의 부서가 새로 생기면서 떨어져 나왔는데, 그전 부서에서 매주 금요일 앉은자리로 나누어서 8-9명이 아침식사를 준비했었다. 빵들과, 스틱채소 몇 가지, 빵에 발라먹을 것들과 치즈, 햄, 잼과 버터 누텔라, 간단한 과일이나 디저트류를 가지고 와서 아침식사를 했다.


코로나 이후로 재택비율이 늘어나면서 사라진 문화이긴 한데, 지금도 부장과 팀장은 생일에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생일이 가까운 동료들이 있으면 케이크 대신 아침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 오는 게 아니면 슈퍼 가서 구입해서 아침에 회사에서 씻고 썰어서 내놓으면 되는 거라 대부분 편해서 생일자가 편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직이나 퇴직을 하는 동료에게도 비슷하게 돈을 모아서 선물을 사고 -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 Gutschein (상품권)- 카드를 써 주는 편이다. 당사자도 케이크나 간식을 가지고 와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나는 종종 동료들에게 부활절 토끼를 선물받는다




회사에 다니면서 가까운 동료의 조사가 자주 있진 않았지만, 대부분 카드를 써서 위로했다. 한국과 다르게 바로 장례가 있는 게 아니라 장례식은 1,2주 이내에 있어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면 휴가를 쓸 수 있게 일을 넘겨받는다거나 하는 현실적인 도움을 더 주었던 것 같다.


팀 동료의 어머니 장례식이 있었을 땐 장례식날 성당에 팀 전체가 오후에 외출을 두세 시간쯤 했는데 부장님이 반차 안 쓰고 외출로 다녀와도 된다고 해서 팀 전체가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 간의 경조사면 돈이 한국만큼 혹은 그보다 더 들 수는 있겠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한국회사생활만큼 경조사비가 많이 나가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나는 한국회사를 다녀보지 않았으므로 1:1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간접경험 상 한국보다는 회사 동료의 경조사에 직접 참가할 일이 드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동네에 있는 성 정원. 아마도 옛날 그시절에 영주가 살았을것 같은 조그마한 성






종종 팀원이 아니더라고 친하게 지내는 동료 거나, 타 부서 동료의 생일을 개인적으로 챙기기도 하는데,

나는 카드 내용을 쓰기 귀찮으므로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아주 작은 사이즈의 생일축하 카드 (한글이 쓰여 있으면 더 좋음)를 사서 오는 편이다.

한글로 동료 이름을 쓰고, 생일축하합니다 하고 한글로 한번 더 써주면 좋아한다. 기분 좋게 받아줘서 주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


간단한 한국적인 선물을 사 와서 생일마다 선물하기도 하고, 여기서 주문해서 그 해 선물을 동일하게 하는 편인데 지금까지 했던 동료생일 선물 중에 반응이 제일 좋았던 건 향신료였다.


맛없는 독일 음식이지만 집밥은 어느 나라나 맛있는 법. 어머니의 마음으로 집밥 요리하는 동료들은 음식 솜씨도 좋고, 요리도 자주 한다. 무난하게 취향타지 않을 여러 종류의 소금과 후추, 오일이나 페스토를 선물했을 때 어디서 샀냐며 구입처를 묻는 동료들도 많았다.


다음 한국방문땐 또다시 한국 산 생일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무엇이 좋을지 고민 중이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서면 종종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간다 회식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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