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또 시작이다. 슬슬 핑곗거리가 생길 참이던가 아니면 직장생활 말곤 근면성실함은 거리가 멀었던 존재를 인정하자니 적잖이 실망감이 컸다. 6개월은 채울 줄 알았는데 다시 새벽기상이 힘들어졌다. 몸을 코끼리가 밟고 지나갔나 허허 목이 칼칼하네 무리가 오면 새벽수영에 오지 말라고 하셨지 이렇게 저렇게 3일을 요리조리 빠졌다.
강습을 빠지면 몸이 가벼울 줄 알았는데 반대로 더 축축 쳐지고 등원하는 아이들이 준비가 늦어지면 두배로 화를 내는 모습을 발견했다. 실상은 아이가 늦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적거리니 그 템포에 맞춰 아이들도 똑같이 행동하는 모습을 발견하자 정신을 퍼뜩 차리고 의미 없는 지적을 멈추기로 다짐했다.
요즘 처리할 것들이 많아 오종종 거리는데 하나도 끝낸 건 없고 오히려 처절하게 밀리고 있다. 그 상황을 외면하기 딱 좋은 놀잇감은 글쓰기이다. 나의 일탈이자 혼잣말을 대꾸해 주는 단짝친구 언제 불러도 오케이를 외쳐주니 그저 반갑다. 카카오 톡보다 타자와 대화하는 재미는 고급기술이라고 말한다며 브런치 동지들은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버겁다 버거워가 뇌를 지배했다. 5시 20분 알림 소리에 외면하고 싶다 외면하자를 외치는 순간 수영파트너이자 동네 친구가 '강습 갑시다!' 카카오톡에 떴고 생각의 흐름 없이 내 손가락은 네~라고 입력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만나면 굿모닝 인사가 아닌 곡소리를 나누며 아이고 죽겠다를 외쳤는데 이번달은 수태기가 왔다며 중얼중얼 가기 싫다는 말을 많이 했다.
월수금 3일 중에 금요일 강습이 제일 힘들다. 강사님이 입수를 하지 않아서 더워 그런 거는 아니겠지? 뺑뺑이를 얼마나 돌리는지 수영하다 물을 하도 먹어서 트림이 올라왔다. 꺼억~~~ 배영이 더 쉽다는데 발차기에 힘이 빠져버리면 무릎이 올라오고 지적당하고 팔을 돌리면 물이 들어오는 에헤라디야 총채적 난국이다. 초급반에서 올라온 에이스아가씨 힘입어 나도 칭찬이 듣고 싶어 져 발 끝에 힘주며 나아가니 전보다 나아짐을 물살에서 느꼈다.
물개 눈빛이 이상하다
중급반 선생님 별명은 물개이다. 물면 개가 된다고 해서 물개인데 오늘따라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하나하나 체크하는 모습이랄까 자세를 고쳐주면서 고개를 까닥까닥 평가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습이 끝날 무렵 눈빛 의미는 나의 오해가 아니었다. 앞에서 6명까지 다음 주 화요일 수강신청에 상급으로 올라갑니다. 상급반은 25명 강습이 아니라 20명이라 더 치열하니까 정신 바싹 차리고 신청하세요. 언제까지 자유형, 배영만 할 수는 없으니 올라가서 평영 합니다. 아! 그리고 어차피 강습은 제가 합니다. 씩 웃음을 날려주셨다.
초급에서 중급으로 올라갈 때는 정말 싫었다. 물개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 수강생 볼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았기에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뒷걸음질 쳤는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중급도 물개선생님 상급도 물개선생이라면 살포시 떠밀려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다짐해 본다. 일어나기 싫었던 몸뚱이는 상급으로 승급됩니다를 듣는 순간 바싹 기운이 돌았고 내심 새벽수영 5개월의 꾸준함이라 어깨의 뽕이 살짝 달렸다.
미운 오리 여섯
상급반으로 올라가는 6명은 월수금 강습을 꼬박 나오고 화목 자유수영 날에도 개근을 했던 무리들이다. 처음 만났던 그때는 서로 발차기도 잘 안되어서 배시시 웃고 팔이 안 돌아가서 50견 있냐는 말과 중급으로 올라와 뺑뺑이 돌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 전기뱀장어들처럼 덜덜덜 떨면서 발차기할 거냐는 웃픈 이야기도 들었던 동지이다. 강습 중에 제일 많이 떨어져 나간다는 평영에서 3개월 6명의 오리새끼들이 잘 성장해 멋진 백조가 되어 진정한 오리발 끼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중급반 강사님은 물개가 아니라 백조였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욕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름답게 욕망하라.
김종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