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데 너희는 참 느긋하다
라벤더를 파종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무소식이 희소식일까? 아니다. 속만 타들어가다 내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똑같이 라벤더를 심었던 사람들은 같은 어둠을 걷고 있었고 씨앗을 적게 받아서 5개로 시작했던지라 애간장이 녹았다.
라벤더는 햇빛을 좋아하는데 일주일 내내 비소식뿐이라 성장이 더딜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진다. 오매불망 보고 있노라 손님이 보시더니 사장님 이제 식물 키우다가 애벌레도 키우시냐고 물어보신다. 그렇다 모양이 번데기처럼 오동통하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싹이 안 나오니 거친 마음이 올라온다. 요놈시끼들 빨랑빨랑 머리 못 들이밀어!!라고 하고 싶지만 혹시나 부정 탈까 그 마음도 드러내지 못했다.
김칫국 마시기 선수이자 일주일이면 발아될 줄 알아서 지렁이분변토를 주문했다. 발아도 되지 않아 속상한데 도착한 상품이 터져서 봉지에 흙이 흘러나와 있었고 내 마음과 같구나 어미의 마음도 터졌다. 얼른 씨앗아 터지거라를 외쳐보며 저 구석으로 옮겨 뒀다. 씨앗이 너무 적게 들어 있어서 문의했더니 2차로 보내 주신다고 하셨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두 번째 아이들을 받을 준비를 했다.
씨앗 5개를 지피팔렛에 몽땅 털어 넣었는데 발아가 더디 되었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솜발아를 위해서 약국으로 달려갔고 지렁이분변토에 곰팡이가 올라온다는 글을 보고 나서 과산화수소수도 같이 사 왔다. 때마침 그로로에서 다시 씨앗을 보내준 게 도착한다는 문자까지 덩달아 와 주니 느낌이 좋아를 외쳤다.
온 우주의 기운을 담아서 씨앗을 물에 불렸다. 올봄에 허브에 대해서 배웠던 딸아이는 허브는 키우기가 어렵다고 했다. 식물에 관심이 많아진 딸아이와 함께 심어보고자 불러서 3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배양토심기, 솜에 발아하기, 그리고 마지막은 저온발아 3가지를 보여주려고 각각 4알씩 나눠줬다.
씨앗이 작은 건 알았지만 정말 작다. 거의 벼룩 수준의 아이들을 신생아 다루듯이 살포시 넣어주고 이번엔 성공을 외쳐본다.
와우 온 우주의 기운이 통했다. 솜발아 했던 4개 중에 하나가 빼꼼! 인사를 해준다. 이렇게 기쁠 일인가? 그렇다 너무 기쁘다. 이름도 지어줬다. 두 번째 이겨라! 첫 번째는 이루고 싶어서 이루다였다. 정말로 얼른 싹을 틔워서 포트로 옮겨 싶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두 번째는 간절함을 더해 이겨라로 지었다. 씨앗이 무엇을 이겨야 하는지 웃음이 나왔지만 어미가 다음 주 시험이 코앞이니 같이 이겨내고 싶은 마음을 담았을지도 모르겠다. 일주일 뒤에 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루다 이겨라 이 놈들아 쑥쑥 자라거라! 어미도 이번주에 열공해서 시험을 합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