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한번 요란하다. 비가 퍼부었다 멈췄다 해가 떴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기상청을 탓하기엔 한 시간마다 변하는 날씨를 어찌 맞추겠나 두둔해 주는 마음까지 생겼다. 하물며 이런 날은 사람도 피곤하지만 식물도 갱년기에 걸릴 판이다. 날이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가 비가 내려 시원해지면 식물들을 밖에 내놓았다가 금방 그쳐버리는 비 때문에 습하고 더운 기운이 몰려온다.
여러 식물들이 내 손에 들어왔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맞이하고 떠나가고 그 마음을 달래줄 다른 식물들이 들어오기를 몇 년이 흘렀다. 자식 자랑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 살아남은 아이를 자랑해 보려 한다. 비록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나 더워서 죽을까 추워서 죽을까 신경 쓰다 보니 남편보다 더 애정을 들이는 거 아닌가 순간 뜨끔한다. 말 못 하는 식물이니까라고 해두자.
핑크아디안텀
은행잎 미니어처 같이 생긴 핑크아디안텀은 색에 반해서 들였다. 그린과 핑크 조합에 그러데이션은 보고 있으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고사리과에 속해서 물만 잘 주면 무탈하게 자란다고 했는데 작은 포트에서 폭풍 성장을 한다.
열대우림처럼 변해버려 같은 아이가 맞나 싶다. 주인 잘 만나서 호강한 줄 알아!!라고 하고 싶지만 딱히 내가 해주는 건 물 주기다. 여름철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있으니 사랑은 받는 걸로 해두자.
잎끝이 이상하다 그간 거뭇거뭇해진 걸 잘라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알아보지도 않고 그간 싹둑싹둑 잘라줬는데 뒤에 달라붙어 있는 그것이 세상에나 포자란다. 심으면 무한생성 된다는데 나중에 더 용감해지면 시도해 보려고 한다.
아라우카라아
크리스마스에 두 가지 욕심이 생겼었다. 플레이모빌 산타와 살아있는 트리나무 말이다. 남들은 인조를 좋아하는데 유별난 성격 탓인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무가 자기고 싶었고 큰 나무는 비싸서 차선책으로 작은 아라우카라아를 들었다. 처음 왔을 때 얼어 죽을까 봐 신경을 많이 썼는데 2년 차가 되어가니 한 여름에도 물을 잘 안 줘도 너무나 잘 살아있는 효자이다. 효자는 겨울과 여름 어느 계절도 타지 않고 무럭무럭 자랐다.
같은 아이라고 믿어지는가? 두 갈래였던 아이 중에 하나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시켰고 하나만 키우는데도 어마어마한 청년이 되었다. 한여름에 깔고 앉으면 시원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튼튼한 자리 같다. 세 가닥으로 뻗어 나가던 아라우카리아는 한단 올라가서 삐죽 더듬이가 나오더니 꽃모양 5가닥 잎이 준비 중이다. 우리 집에서 아주 든든한 녀석이다.
원산지에서는 최대 50~70m까지도 크지만 실내에서 키우면 약 1~3m까지 자란다. 잎은 나선상으로 배열하며 층을 이루며 뻗어 나온 가지에서 부드러운 바늘잎이 나온다. 새로 나온 잎은 밝은 녹색이고 생장할수록 색이 점점 더 짙어진다. 생육시기에는 새로운 가지가 더 증식할 뿐이며 크기가 일정 이상 자라지는 않는다. 꽃은 자웅이주로 암수가 따로 열리며 열매는 둥근 달걀 모양으로 목질이며 종린(침엽수의 구과를 구성하는 부분)이 나선상으로 배열되어 있다.
생육에 적합한 온도는 20~25℃이며 10℃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 주어야 월동이 가능하다. 직사광선을 받게 되면 잎 끝이 누렇게 타며 어두운 곳에 오래 두면 모양이 흐트러진다.
한여름 33도에도 거뜬한 청년이라 부르고 싶다. 올 겨울엔 더 멋있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