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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Aug 22. 2023

여름 식물은 나야 나



날씨 한번 요란하다. 비가 퍼부었다 멈췄다 해가 떴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기상청을 탓하기엔 한 시간마다 변하는 날씨를 어찌 맞추겠나 두둔해 주는 마음까지 생겼다. 하물며 이런 날은 사람도 피곤하지만 식물도 갱년기에 걸릴 판이다.  날이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가 비가 내려 시원해지면 식물들을 밖에 내놓았다가 금방 그쳐버리는 비 때문에 습하고 더운 기운이 몰려온다.



여러 식물들이 내 손에 들어왔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맞이하고 떠나가고 그 마음을 달래줄 다른 식물들이 들어오기를 몇 년이 흘렀다. 자식 자랑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 살아남은 아이를 자랑해 보려 한다. 비록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나 더워서 죽을까 추워서 죽을까 신경 쓰다 보니 남편보다 더 애정을 들이는 거 아닌가 순간 뜨끔한다. 말 못 하는 식물이니까라고 해두자.





핑크아디안텀

은행잎 미니어처 같이 생긴 핑크아디안텀은 색에 반해서 들였다. 그린과 핑크 조합에 그러데이션은 보고 있으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고사리과에 속해서 물만 잘 주면 무탈하게 자란다고 했는데 작은 포트에서 폭풍 성장을 한다.





열대우림처럼 변해버려 같은 아이가 맞나 싶다. 주인 잘 만나서 호강한 줄 알아!!라고 하고 싶지만 딱히 내가 해주는 건 물 주기다. 여름철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있으니 사랑은 받는 걸로 해두자.




잎끝이 이상하다 그간 거뭇거뭇해진 걸 잘라버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알아보지도 않고 그간 싹둑싹둑 잘라줬는데 뒤에 달라붙어 있는 그것이 세상에나 포자란다. 심으면 무한생성 된다는데 나중에 더 용감해지면 시도해 보려고 한다.




아라우카라아



크리스마스에 두 가지 욕심이 생겼었다. 플레이모빌 산타와 살아있는 트리나무 말이다. 남들은 인조를 좋아하는데 유별난 성격 탓인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무가 자기고 싶었고 큰 나무는 비싸서 차선책으로 작은 아라우카라아를 들었다. 처음 왔을 때 얼어 죽을까 봐 신경을 많이 썼는데 2년 차가 되어가니 한 여름에도 물을 잘 안 줘도 너무나 잘 살아있는 효자이다. 효자는 겨울과 여름 어느 계절도 타지 않고 무럭무럭 자랐다.






같은 아이라고 믿어지는가? 두 갈래였던 아이 중에 하나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시켰고 하나만 키우는데도 어마어마한 청년이 되었다. 한여름에 깔고 앉으면 시원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튼튼한 자리 같다. 세 가닥으로 뻗어 나가던 아라우카리아는 한단 올라가서 삐죽 더듬이가 나오더 꽃모양 5잎이 준비 중이다. 우리 집에서 아주 든든한 녀석이다.




TIP

호주의 노포크섬(Norfolk Island)이 원산지인 원뿔형의 상록수로. 외형이 삼나무와 유사하여 호주삼나무라고도 부르나 삼나무와는 달리 암수딴그루이다.


원산지에서는 최대 50~70m까지도 크지만 실내에서 키우면 약 1~3m까지 자란다. 잎은 나선상으로 배열하며 층을 이루며 뻗어 나온 가지에서 부드러운 바늘잎이 나온다. 새로 나온 잎은 밝은 녹색이고 생장할수록 색이 점점 더 짙어진다. 생육시기에는 새로운 가지가 더 증식할 뿐이며 크기가 일정 이상 자라지는 않는다. 꽃은 자웅이주로 암수가 따로 열리며 열매는 둥근 달걀 모양으로 목질이며 종린(침엽수의 구과를 구성하는 부분)이 나선상으로 배열되어 있다.  


생육에 적합한 온도는 20~25℃이며 10℃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 주어야 월동이 가능하다. 직사광선을 받게 되면 잎 끝이 누렇게 타며 어두운 곳에 오래 두면 모양이 흐트러진다.


한여름 33도에도 거뜬한 청년이라 부르고 싶다. 올 겨울엔 더 멋있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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