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할 것 없는 시고르자부종 이야기를 주 1회 연재하면서 구독자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단조로운 일상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되었다. 구독자 분들은 오히려 잔잔한 이야기와 해피의 귀여운 외모를 좋아했다. 주말 시험과 리포트 과제 주 3회 글을 연재해야 하는 걱정이 겹쳐서 머리가 혼란했다.
우선 테이블에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다. 잠만보가 찾아와 뒤통수를 강타했다. 진하게 내린 아이스커피를 마셔도 잠은 달아나지 않았고 이럴 때 눈이 번쩍 뜨이는 레몬 같은 비타민C를 찾는다. 비타민을 찾아 발걸음은 2층으로 뛰노는 귀염둥이를 향해 사브작 조심스럽게 옮겼다.
패션의 완성은 당당한 워킹
이건 무슨 패션입니까?
허걱!! 이건 무슨 패션입니까? 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엄마가 만들어주신 옷이다. 이 오묘한 느낌은 난해한데 또 어울린다. 목에서 시작한 터틀넥은 꼬리 직전까지 길게 감싸주는 맞춤형 길이와 스와로브스키처럼 잔잔한 반짝임 돈 주고 구매한 옷 치고는 어설프고 재봉틀도 없는데 어떻게 만들어서 입혀 주었는지 궁금하다.
빙그레 웃으며 나타나 엄마 어때? 딱 맞지 자랑스러운 미소를 날린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입던 목폴라 소매를 잘라 다리에 맞춰 구멍 두 개를 뚫어준 게 전부라며 아주 뿌듯해하셨다. 리폼이라고 할 거도 없는 1분 완성 옷은 그날 저녁 해피 이갈이 용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옷이 사망하자 친정엄마는 쿠팡을 열심히 검색했다. 여자고 눈이 예쁘니까 귀여운 걸 주문했고 카페로 쿠팡맨이 물건을 주고 갈 거라며 미션으로 해피에게 옷을 입혀 주라고 했다. 옷을 처음 입은 해피는 몸에 뭔가 감싸는걸 극도로 싫어했고 자연강아지처럼 살고자 했다.
옷은 개나 사람이나 날개를 달아준다
어제 검정 옷은 저리 가라! 베이지털에 분홍색 옷은 정말 강아지옷 모델처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인형 같은 외모 옷빨이 잘 받았다.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연신 미소를 날려준다.
매력적인 속눈썹 반들반들 까만코
애교 부리는 해피 보며 놀다 공부는 안드로메다 은하 열차를 태운다. 한 달 사이 부쩍 자란 해피는 몸만 커진 것이 아니라 애교 기술과 꽁꽁거림도 표현하고 어떻게 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느낌으로 알았다. 부쩍 카페에 있고 싶어 하며 내려와 뒷문 앞에 서서 꿍시꿍시 거리다 안 열어주면 열어달라고 짖는 방법도 배웠다.
사람만 보면 좋아서 점프점프 예뻐해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해피는 특히 여자 손님들을 좋아하고 키가 큰 남자 손님은 무서워해서 내 뒤로 멀리 뒷걸음질 치는 걸 보면 겁보 소심쟁이 시고르자브종이다. 커서 집을 지킬 것인지 가족이 해피를 지켜야 하는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해피친화력은 만렙이라 문을 열 수 있다면 대문도 열어주고 따뜻한 차 한잔 대접 할 테니 들어오라고 할 판이다.
아침저녁으로 해피 생존 보고가 카톡으로 날아온다
해피는 6시 30분(어쩌면 더 일찍) 미라클모닝을 한다.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일어나 베란다를 어슬렁어슬렁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거실불이 켜지면 아침 문안 인사를 한다. 여보시오 들 배가 고프오 얼른 나에게 밥을 주시오!! 애처로운 눈빛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6시 간격으로 꼬박꼬박 3번 밥을 준다. 밥에 진심인 해피는 엄마와 동생이 밥 먹을 때면 먹방티브이 보듯이 빠져들며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뭐 좀 주시오를 외친다. 식후 아침엔 사과 저녁엔 배를 먹는 호사도 누린다. 가을을 만끽하느라 단감, 밤, 고구마까지 맛보고 즐기는 해피는 이름처럼 행복하다.
잔잔한 새벽 핸드폰 알림이 소란하다. 쉴 새 없이 울리는 걸 봐선 글쓰기 모임 작가들이 또 브런치를 점령했나 보다. 카톡을 열어 보니 역시나 작가들이 픽 당한 인증사진이 있다. 저는 천 원입니다 글도 에디터 픽 당했구나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몇 주 전 다음 동물에서 푸바오 쌍둥이를 물리친 저력이 있는 동물 카테고리 1위 글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허허 근데 픽된 사진 뭔가 모양이 조금 다르고 나를 태그 하며 대단하다는 말이 오고 가고 있었다.
다시 클릭!!
꿈에도 생각 못한 요즘 뜨는 브런치 북 3위에 랭킹 되어 있었다. 순간 머리가 띵하고 눈앞 시간이 멈췄다. 어제 해피에게 사심 없이 개껌과 간식을 사준 보람을 느끼며 사람은 역시 베풀고 살아야 한다고 뿌듯했다. 작가방에 감사인사를 전하며 멋쩍은 마음으로 브런치 북 1위에 오르면 해피에게 소고기를 쏜다고 허풍을 떨었다.
천 원으로 브런치 1위
소로소로, 나의 쓸모, 방배동사모님 얘들아 1기 동기 친구들이다
천 원으로 브런치 1위 하다
하루 이틀 삼일 뒤 허풍을 타고 날아가 먹는 것에 진심인 해피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당당하게 해피는 요즘 뜨는 브런치 북 1위에 올랐다. 축하와 첫 응원금도 받아보는 기쁨도 누렸다. 현실감이 없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 그렇게 다시 돌려주라고 난리 치던 내 모습이 살포시 민망함이 밀려오고 소고기를 논 할 정도로 지금은 예뻐고 있다.
브런치북 1위 기쁨을 구독자님과 나누고자 사진과 귀여운 영상을 올립니다. 다음 주에는 1위 주인공 해피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오니 구독과 라이킷 많이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왈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