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되었습니다

by 소로소로


해피 덕분에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달라진 일상은 없었지만 글을 쓰면 좋은 점은 땅속 끝에 있던 기분에서 조금씩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것, 하나는 머릿속에 꿈꾸던 일들이 우연으로 가장해서 찾아온다는 것이다. 신기하게 그 타이밍은 내가 완벽하게 준비했을 때가 아닌 생각하지 않은 곳에서 터졌다.



요즘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아들도 딸도 남편도 아닌 해피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왔다 갔다 카페 뒷문 열리는 소리만 들리면 귀신같이 2층 계단에서 쪼르르 달려온다. 덕분에 화장실만 갈라치면 달려와 보초를 봐주는 건 아니고 빨리 나오라고 멍멍멍 짖어 댄다. 야속하게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자마자 짖어대는 통에 볼일에 집중을 할 수 없다. 마치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 것 마냥 후다닥 볼일을 보고 나와 입을 막아줬다. 이놈아 좀 참아라 30초는 기다려줘라!!



커피를 마시고 나면 화장실은 필수 오늘도 어김없니 따라와 화장실 앞에서 멍멍 짖겠구나 생각다. 조용한걸 보니 이제 주인의 화장실 타임을 알아주다니 대견했다. 생각은 자유 현실은 아이나 동물이 조용하면 그것은 반드시 사고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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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면 국화의 계절 아니겠는가 맨드라미에 이어서 두 번째로 엄마가 사 오신 국화를 맛있게 씹어 드시고 있었다. 시골출신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아기라 그런지 풀만 보면 연신 잘근잘근 씹고 핑크색 옷에도 매번 지푸라기 같은 풀이 묻어 있어서 핑크가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이제 똥강아지 냄새도 나고 으하하 너의 자유를 어찌 막겠냐만 적당하게 화분을 먹길 바란다.



벌써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이 다 되었다. 시간만큼 해피의 키도 훌쩍 자랐고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번쩍번쩍 들어 올릴 때면 몸무게 변화가 있는 것 같아 측정해 보니 1.5kg이 늘었다 충격!!! 사료와 간식 적당하게 준거 같은데 얼굴이 작아서 몰랐을 뿐 해피는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주말에 친정엄마 생신을 맞이해 맛있는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특별할 것 없는 가게에서 촬영이지만 친정식구 모두 사진을 찍는 일은 처음이라 단정한 옷을 입고 가족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진작에 찍었어야 하는데 4년이나 흘려 찍게 될 줄은 몰랐다.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자주 엄마와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구들 사진만큼이나 가족사진도 잘 안 찍어서 이참에 우리 가족사진도 찍어 달라고 동생에게 부탁했다. 자리에 앉아서 찍을 찰나 해피가 달려와 깡충깡충 뛰었다. 마치 나도 같이 찍자는 사인을 보내는 거 같아 슬쩍 안아서 사진을 찍었다. 몇 컷 찍고 가족모두 둘러앉아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자주 모여서 밥도 먹고 놀러도 가자는 그저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동생이 사진을 보내줬다. 여러 장 찍은 사진 속에 해피의 모습과 웃고 있는 가족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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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가 되었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 중심에 해피가 진짜 가족으로 들어왔다. 친정엄마는 보시더니 가족이 한 명 늘었다며 흡족해하셨다. 시골에서 박스채 안겨 올라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네 넌 생일이 언제일까 두 달 되어 데리고 왔고 3달째니 너도 8월에 태어났다며 별하랑 매년 같이 생일을 하면 되겠다 말씀해 주셨다. 아마 아이들이 자라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행복하게 추억을 상상하리라 생각된다. 친정엄마의 생일과 가족사진이 추억 속에 한컷 남겨졌다. 가족과 해피까지 모두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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