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키우기
여름부터 시작한 라벤더 키우기 프로젝트가 마감되어가고 있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택배 받자마자 뜯어 누구보다 빠르게 가꾸기 시작했다. 여름의 더운 기온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장대비로 인해 더딘 발아가 시작되었고 아파트의 편안함이 아닌 노지에 심었다가 고양이 똥테러로 카페로 옮기는 동안 다른 식집사보다 훨씬 뒤처지게 자랐다.
변변한 영양제도 식물등도 없이 어떻게 자랄까 궁금한 마음과 이미 성장속도에서 차이를 보여 마음을 비웠지만 한번 정성 들인 건 꺾을 수 없었다. 막바지 성장 기록을 하려고 텐텐이 길이도 측정하고 곁가지라도 생기면 가지치기라도 해줄 텐데 아직도 작아서 가지치기는 사치였다. 보자 얼마나 자랐나 얼굴 좀 내밀어봐라.
제일 큰 놈을 골라 머리 쭉 빼고 정수리까지 측정했더니 겨우 7센티다 귀염귀염하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더 큰아이는 없고 처음부터 작았던 아이는 여전히 작아서 얼마나 차이 나는지 자를 쑥 들이밀었다.
겨우 3센티를 살짝 넘긴다. 성장속도 차이가 2배를 넘는구나 꺽다리와 장다리를 키우는 재미보다 돌연변이 인지 갸우뚱하다. 처음부터 늦게 누워서 자라더니 역시 다른 길을 간다. 손으로 살살 살펴보다 어머 이거 쌍둥이 아냐? 곁가지라고 하기에 하나의 대에서 양 옆으로 똑같이 자라는 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쌍둥이다. 대부분 나무를 예쁘게 기르려면 하나를 잘라야 하는데 이미 양갈래로 나뉘어 자라는 모습이 일란성이다. 더딘 성장속도를 생각해서 하나를 자를까 생각도 했는데 차마 어느 걸 고를 수가 없다. 진짜 임산부처럼 순간 고민하다 가위를 들고 어느 것 하나 자를 선택을 못해 쌍둥이 라벤더를 더 키워보리로 했다. 제발 꽃대가 두 개 열리길 기도해 본다.
처음부터 말 안 듣는 요 아이는 끝내 양갈래 쌍둥이로 나타났다. 남들 클 때 바글바글 잎을 보이더니 너 참 새롭구나. 꼭 나 같아 너에게 행운을 걸어 보겠어.
처음부터 라벤더를 지켜주는 행운의 푸우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100일간의 라벤더 키우기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고 천천히 성장하는 속도를 보여줬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는 9회 말 2 아웃부터 이다. 라벤더 역시 꽃을 틔울 때까지 함께 가보자. 올 겨울 보랏빛 꽃을 나에게 보여줘. 사랑한다. 처음 너에게 지어줬던 이름 이루다. 이루어질 거야 내 온 마음을 담아서.
기적이 찾아왔다
11월 19일 이벤트 종료 알림 메시지가 도착했다. 끝까지 읽어 본 후 소름이 돋았다. 그로로 팟은 끝나지 않았다는 내용과 12월부터는 그로로 팟 주제에 그로로 PICK이 신설된다. 이루다의 소망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첫눈처럼 예고 없이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내려왔다. 이루다 이번엔 꼭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