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갓 한 달이 지났다. 연말이나 느낄법한 기운이 몸을 감싸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성격이 스멀스멀 올라와 부아가 차올랐다. 쯧쯧쯧 그럼 그렇지 잠잠하게 꾸준히 쓴다더니 꼴좋다 자기 검열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았다. 새벽운동 루틴부터 꼬여버리자 집중했던 삶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막으로 치닫는 속도는 멈출 길이 없다.
근근이 이어가던 새벽수영이 공사로 문을 닫고 헬스로 전환하자 의지는 겨울방학을 맞이했다. 자발적인 연재글쓰기도 막을 내리고 아이의 방학이 절정에 다다르자 풍악을 울린다. 마음에 소리는 쉬어라 다들 이맘때 이런다 포장해 본들 쉬는 방법을 모르는 삶은 짐처럼 무거운 상자가 쌓여 간다.
정수리에 바글바글하게 올라온 흰머리를 보자 스트레스를 받긴 하는군 거짓 없이 냉정한 머리카락이 야속했다. 최근에 섰던 글이 구독자를 몰고 오며 신이 나 마구 어깨춤을 들썩 거리며 쓸 줄 알았다. 남자 구독자까지 늘자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찼다. 그 마음이 커져 아무것도 쓸 수 없고 단어마다 어색해 부끄러운 글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생각하다 출간이라도 한 사람처럼 웃기고 있네 웃음이 나왔다.
소로소로 같은 글이 좋아서 왔는데 나답게 쓰지 못하면 내 글이 아닌 것이다. 스트레스가 한 것 부풀면 종종 식물멍을 한다. 늘 그렇듯 초록의 생명체를 쓰다듬거나 물을 주고 흙도 토닥토닥 눌러본다. 키우면서 하나둘씩 늘어난 초록을 보고 있노라 느리지만 기어코 자라는 모습을 동경한다. 씨앗이 어렵사리 깨어나 햇빛을 따라 몸을 돌리고 목말라 고개가 한없이 고꾸라져 물을 듬뿍 주면 일어나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다. 싱그러운 초록은 마치 공작이 깃을 활짝 펴 놓고 흔들며 뽐내는 것처럼 화려하다.
빨리 가고자 선망하는 마음이 괴롭힐 땐 잠시 넣어두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맡기며 초록의 그들을 동경하자. 닿지 않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믿어주자.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