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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Apr 12. 2024

고유한 정원이 생겼다

꽃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해 보면 그냥 예쁘다 보고 있어도 좋다 정도이다. 생화를 사면 금방 시들어 망설이다 아이 졸업식에서 사고 싶었던 장미와 수국을 샀을까 그만큼 생화를 사는 것이 나에겐 반드시 필요한 무엇이 아닌 버려질 사치였다. 



오래 보고 싶어 시작한 식물 키우기는 주택 1층이라 햇살 맛집은 아니라 번번이 식물들이 꽃을 보여주지 않았다. 잘 키우고 싶어 틔운 미니 빌어서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조금씩 움트는 새싹은 귀엽고 신생아처럼 포근포근해 절로 손길이 갔다. 하나둘 꽃망울이 맺혀 한아름 꽃을 보여 다시금 화려한 꽃다발을 기대했다. 



사람이 다양하듯 식물도 그러한걸 한 번에 꽃망울이 터트릴 수 없는걸 눈으로 보고 있으니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10개의 구멍에서 똑같은 양분과 인공조명으로 잘 자라 꽃다발처럼 완벽한 아름다움을 볼 날만 기다렸던 어리석음이다. 각각 활짝 펴있는 꽃들이 조화롭게 사진으로 남기는 게 목표였는데 기다려도 딱 맞아떨어지는 날이 여간 어려웠다. 


새벽 3시 마이리틀가든



인생은 타이밍인데 마이리틀가든도 주인 닮았나 보다. 다부지게 안 맞춰주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계속 피어있는 꽃 속에 사람처럼 폈다가 오므렸다 24시간이 있는 가자니아를 보니 너도 쉬는 시간이 있는데 인공조명만 틀어주면 된다 생각해 밤낮을 인위적으로 바꿔놨던 마음이 미안했다. 




인위적인 환경조차 고유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사람과 같다. 배고프지 않게 적당한 식사와 하루의 평균시간만 수면으로 채워주면 유지가 되는 건 기계와 같거나 액자 속 그림과 같은 아름다움이다. 같은 공간 존재하지만 다른 생장점과 꽃망울이 생겨도 활짝 피거나 터트리지 못하고 입을 앙 다물고 있는 모습까지 두 뼘의 공간에서 인생을 보여준다. 




밤에 잠드는 가자니아



새벽알바로 수면패턴이 힘겨워 눈길이 더 머물렀던 마이리틀가든 시간을 원상태로 돌려놨더니 밤에 잠을 자는 식물로 변했다. 금세 적응하는 식물이 신기하기도 했고 활짝 폈던 아이들이 조금씩 시들어서 안타까워하자 옆으로 새로운 꽃대가 망울망울 올라오는 걸 보니 꽃이라는 고유한 아름다움은 숨길 수가 없다. 생명 앞에 완벽한 타이밍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움으로 바라보고 어여뻐하고 있다 고백하자 마이리틀가든은 꽃을 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마지막 한송이까지 지켜봐 달라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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