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순간이 모여 해피한 하루가 되거든요

by 소로소로

잘 살아 돌아온 천 원 강아지 해피이다. 그 난리 겪으며 10편 연재 못 하는 거 아닌가 제발 죽지 말아라 엉뚱한 상상도 스쳤다. 사람으로 치면 어렸을 때 변기통에 빠지거나 콘센트 구멍에 젓가락 두어 개를 꽂아 보고 싶어서 가져가다 부모님한테 오지게 혼나는 경험으로 치부했다. 가족들 모두 덜덜 떨게 해 놓고 녀석은 아직도 먹는 것에 진심이다. 폭풍 성장구간을 지나 심하게 커지는 몸을 어찌하려나 싶다.



KakaoTalk_20231207_162637760_01.jpg 미안해요 두 손 모아 빌어요. 장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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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31207_162637760.jpg 옷 벗으면 더 좋아서 뒹구르르 바닥에 부비부비



움직임과 활동량이 부쩍 늘어 카페 문을 쾅쾅 거리며 열어 달라 하고 잘근잘근 입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장난걸기 여전히 즐기며 눈과 코는 반짝반짝 까맣고 예쁜 게 매력적이다.




둘째 딸아이와 제일 장난도 많이 치고 깡충깡충 뛰어다닐 때면 정말 막내구나 싶어 웃음이 터졌다. 촬영을 길게 하다간 카페 기물파손도 가능하다. 깔깔깔 7세 언니와 오늘도 흥에 겹다.




KakaoTalk_20231207_162637760_03.jpg 미안하다 사랑한다



넉넉했던 옷은 성장하는 해피에게 사치였다. 조금씩 작아지는 옷을 보면 옷 값보다 부쩍 커버려 아쉬움이 밀려와 천천히 커주길 바라는 욕심도 살짝 있다. 추위가 오기 전 가게 화분 정리와 가지치기를 하면 연신 물고 와 잘근잘근 장난놀이에 빠져있다. 순간순간 이렇게 애교둥이가 집에 보물처럼 왔구나 싶다.




6개월 차 슬슬 털이 빠진다. 실외에서 자라는 개들은 계절변화에 따라 봄가을에 빠진다는데 이상하다 말했더니 엄마는 영양이 부족해서 그런 거 아니냐 밥을 더 줘야 하는 거 같다고 말씀하셔서 기겁했다. 어느 부분이 영양 부족한 것인지 5킬로는 넘어 보인다며 고개를 밥은 정량 노노노를 외친다. 어른들 눈에는 마냥 안쓰러운 아가로 보이나 싶다.



KakaoTalk_20231207_162704602.jpg 할머니가 이따 간식 뭘 주실까? 출출하니 고구마 좀 구워주면 좋겠다



엄마 따라서 산책 나간 해피는 여전히 흙을 좋아해 한참을 킁킁거리고 보도블록 말고 폭신함을 느낀다.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 갸우뚱거릴 때면 강아지도 꿈을 꾼다는데 평소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다른 플랫폼에 글을 올렸더니 해피귀는 수제비 모양이라며 만져보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어딜 봐서 수제비 모양이지? 곰곰이 생각하다 아차차 감자탕 시키면 들어있는 수제비를 말씀하시는군 상상하다 빵 터져서 또 그렇게 한 번 웃었다.



산책길에 만난 사람들은 해피를 아기라고 했다. 다들 시고르자브종으로 보지 않고 종류가 무엇인지 몇 개월 되었냐 물어보고 연신 귀여워했다. 다가오는 사람마다 반가워 꼬리를 얼마나 흔드는지 헬리콥터처럼 날아갈 것 같다. 엄마는 이렇게 큰데 아기로 본다며 재미있어하고 덕분에 해피와 엄마는 공원 산책을 자주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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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뛰어다니기도 한다. 젊음이 좋구나 체력은 우리 중에 제일이요. 세상이 신기하고 궁금한 냄새들이 많은 해피에게 산책의 적응은 이제 끝난 듯하다. 영상 11도로 올라간 날은 과감하게 옷을 벗겨 주니 거추장스럽지 않아 신남은 배가 되었다. 한 바탕 뛰고 와서 먹는 간식은 또 꿀 맛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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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맛을 알아버리고 나가요 병에 걸린 해피가 앞치마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을 닮았다. 나가고 싶으면 꼬까신을 가슴팍에 들고 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소소한 행복들이 쌓여 나를 웃게 해주는 해피일기는 오늘도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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