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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Mar 18. 2023

새 학기 증후군



3월 엄마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달이다. 방학 동안 아이들을 돌보다 학교로 보내고 진정한 커피타임도 가질 수 있고 워킹맘들도 학교에서 나오는 점심을 먹고 하교 후 학원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심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되어서 봄을 기다린다.



첫째를 2학년에 잘 안착시키자 내년엔 둘째가 학교에 가게 되면 또 무언가를 하기에 바쁠 거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이 고비를 잘 넘겼어야 하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지 않는가 그것을 잊어버리고 사회복지사 수업을 덜컥 신청했다.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독서지도자도 따고 싶어져 하는 김에 한 과목 추가하자 가볍게 시작했는데 일하며 인강 듣다 정신이 없어졌다. 


적당하게 일하면서 시작한 공부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시작하는 첫날 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20년 만에 공부란걸 집어넣어 보니 한 귀로 듣고 흘러가는 강물 마법이 일어났다. 



잘 다니던 첫째 피아노 학원도 차량이 안된다는 통보와 급 다이어트를 한다는 남편 식단 조절요청으로 탄수화물 조절과 미세먼지로 인한 둘째의 콧구멍 관리까지 내가 할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대충이라는 감미료 삼아 하루하루 잘 살다 보면 자격증도 가정도 잘 이끌어 가리라는 생각은 보름이 지난 시점에 꼬이기 시작했다. 





계란을 삶을 때 식초를 넣는 걸 까먹었으니 껍질이 잘 나올 리 없었고 남편의 타박이 이어졌다. 

어떻게 삶으면 달걀이 이렇게 될까 투덜거림에 욱 밀려왔지만 참는다. 지금 투닥거려 본들 서로 감정만 상하고 다음엔 당신이 삶아 드세요 하고 싶지만 착해지는 중이다 그러는 중이다 주문을 외우면 그만이다.







불경기에 재료비 상승으로 디저트사업이 많이 죽었고 잘 나가는 카페들도 인건비로 폐업을 선언했다. 작년에 열심히 베이킹수업을 들으면 메뉴를 늘려가다 멈춘 지 일 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꿈틀꿈틀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약과쿠기에 눈이 돌아갔다.

큼지막한 크기에 약과하나가 온전히 들어간 맛깔난 아이는 내 배움에 간택당하고 수강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수업에 참여하겠습니다. 라이킷을 날렸다.

신청병에 걸린 걸까 무엇에 홀려서 오케이오케이 카드를 긁은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독서지도사 양성과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 2급 수강이 시청되었습니다.

약과쿠키 클래스 신청이 완료되어 오시면 됩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 가르치는 날은 매주 월요일 3시입니다.

워킹맘 독서모임 금요일 오후 9시 30분입니다.



사람들이 그걸 언제 다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그냥 대충 해요라고 에둘러 말하지만 대충 해서 얻어지는 건 없다.. 마음과 시간을 들이는 만큼 따라오게 되어있고 대박이냐 쪽박이냐는 수학계산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감히 말해본다. 



그동안 아닌 것을 알았을 때 발을 뺄 줄 아는 용기가 나에게 없어서 그냥 시간만 흘러가게 둬봤던 시기가 있었는데 우울증이란 꼬리가 달라붙어 이러다가 일 내겠다 싶었다. 가만히 있을 팔자가 아니구나 슬퍼하던 시기에 내가 얹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면 열심히 하고 싶은 걸 해보자로 바꿔서 사는 삶을 선택했다. 




현실은 가게에서 일하며 인강을 듣고 있는 며칠이 지나니 귀가 먹먹하기도 하고 피로감에 책도 놓게 되었고 글쓰기도 미뤄지기 시작되었다. 이번주는 새롭게 시작했으니 다음 주에 해보자 라는 결론에 이르자 역시 꾸준하게 못하는 소로소로야 뒤통수에 잔소리천사가 조금씩 들려오고 이러다 다 이루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3개월 만에 100편을 달성하신 작가님의 커피선물 쿠폰




운명의 장난인가 아침에 작가 단톡방에 100편을 발행했다고 커피쿠폰 10장을 이해작가님이 선착순으로 날려주셨는데 그것을 1등으로 받아먹었다. 받은 사람은 글을 꼭 한편 쓰시라는 당부를 흘려 읽고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글을 쓰세요를 봤더라면 커피를 받지 않았을 거라 장담한다. 



이해작가님이 주신 쿠폰은 본인이 100편을 썼으니 자랑하려고 주신 것이 아니란 걸 우린 알고 있다. 동기부여와 꾸준하게 하다 보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아 보내주셨기에 작가들은 그날 열심히 발행했고 나 역시 주말 전에 꼭 글을 쓴다는 다짐을 이행하고 있다. 




새 학기 증후군
새로운 환경에서 나타나는 부적응 양상으로 새로운 환경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증상


3월 새 학기 부적응을 선보이고 있지만 조금씩 적응해서 졸업하고 싶다. 유년시절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내가 제일 받고 싶은 개근상을 이번엔 꼭 손에 쥐어보려 한다. 최우수학력상 보다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나왔기에 이 상장을 소로소로에게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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