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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Dec 20. 2022

친오빠랑 결혼하고 싶은 그녀

호칭 정리 부탁드립니다.





도대체 저런 유치한 옷은 어디서 구입해서 딸아이에게 입혀주는 걸까? 거기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머리띠, 가방까지 몸에 걸 수 있는 건 죄다 주렁주렁 걸어서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고 형형색색 정신없는 색들이 대방출되는 환장 파티를 나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 미리 차단했다.

오빠 옷을 물려 입히거나 무채색 위주로 옷을 사주었는데 딸아이도 불평하거나 캐릭터 옷을 사달라 조르지 않고 잘 넘어갔다. 






간과한 게 있었으니 겨울왕국의 엘사 공주는 딸아이 눈에는 여신이 따로 없었다. 백옥처럼 하얀 얼굴에 곱게 넘긴 머리카락 위로 티아라가 살포시 올라온 모습은 내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 나 공주님 이였다. 그때부터 딸아이는 치마와 구두병이 오면서 딸내미 6년 차 남자 색상은 안녕을 고했다. 






공주놀이에 한참이던 딸아이는 오빠에게 서서히 다가가 무릎을 꿇더니 손을 내밀었다.

"저랑 결혼해 주세요"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싸우는 오빠에게 청혼이라니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실소가 나왔다. 네가 오빠를 그렇게 좋아했니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데 무슨 결혼을 해? 본인이  생각해도 멋쩍었는지 웃으며 한마디 한다. 

"엄마 원래 결혼은 오빠랑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야지"

"엄마도 오빠랑 결혼했으니까 나도 오빠랑 결혼해야 하는 거야"

순간 헉 소리가 나왔다. 남편을 내가 오빠라고 부르니까 결혼은 오빠랑 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이가 없다가 귀엽기도 하고 나도 장난기가 발동했다. 근데 옆집에 동하 오빠, 시우 오빠도 있고 또 저기 서준이 오빠도 있는데 왜 같이 사는 오빠랑 하려고 하는 거야? 

"응 그건 말이야. 우리 오빠가 제일 똑똑하잖아." 






태어난 지 인생 6년 차도 결혼 상대자는 똑똑한 남자라는 게 웃기고 나중에 어떤 남자를 골라 오려나 생각하는 찰나에 아들에 대답이 더 가관이다.

"야! 결혼은 신중한 거야 그냥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너무 이른 조기 교육이 이런 무서운 결과를 나은 것인지 평소에 남편과 티격태격 한걸 요때 이렇게 써먹다니 내 주둥이가 방정이다 싶었다.






어김없이 돌아가는 육아 시계에 남매가 사이가 좋을 땐 무엇을 보거나 먹거나 아니면 잘 때나 가능하고 중간중간 그만 좀 해 떨어지라는 말은 나 혼잣말이 된 지 오래 오늘도 징그럽게 싸우는 날이다.

"너희들 자꾸 이렇게 싸우면 우리 엄마한테 말해서 혼내주라고 한다." 

딸아이의 눈이 꿈뻑꿈뻑 흔들린다. "엄마도 엄마가 있어?"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설마 외삼촌이랑 함께 사는 외할머니가  나를 낳아준 엄마인 줄 모른단 말인가?






그랬다 우리 딸은 몰랐다. 그렇게 수백 번도 내가 엄마엄마 불렀는데 왜 모르는가 황당하지만 침착하게 다음 말을 이어갔다. 

"외삼촌은 엄마 남동생이고, 이모는 엄마 여동생이야." 말이 끝나게 무섭게 더 혼란스러운 눈빛이다. 

"엄마, 엄마도 여동생이 있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이것은 무슨 말이냐 점점 블랙홀 같이 빠져드는 너의 답변에 내 딸이 2% 부족한 거 아닌가 의심마저 들고 열심히 틈 날 때마다 책도 읽어주고 잘해준 거 같은데 뭣이 부족한지 배경지식을 너무 안 가르쳐줬나 현타가 왔다. 심호흡을 고르고 나는 다시 설명해 주었다.






"엄마의 여동생을 이모라고 불러 이제 알겠지?" 

"와~~ 외할머니 대단하다 그럼 엄마는 여동생은 10명이야??" 

"엄마 여동생이 왜 10명이야?? 여동생은 한 명이지."

"아니지. 영은 이모, 민희 이모, 가희 이모, 지영 이모, 은숙 이모, 가현 이모, 혜영 이모, 진형 이모, 지희 이모까지 하면 10명이잖아. 

딸아 너는 참으로 신묘하고 매력적이구나 하나를 가르쳐 줬더니 엄마에게 이런 웃음꽃을 선사하고 진짜 오랜만에 배꼽 빠지게 웃었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이모는 엄마 동생이라고 가르쳤더니 그동안 수없이 불렀던 내 친구들이 순식간에 내 동생으로 변해버리는 상황이 재미있었다. 






친구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해줬더니 원래 그맘때 그렇다며 걱정 말라고 자기는 외삼촌은 엄마 남동생이라고 가르쳐 줬더니 그러면 엄마가 외삼촌도 낳은 거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대성통곡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앞으로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식당 이모를 부르게 되면 딸아이는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엄마 왜 친구한테 인사 안 해?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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