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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Jul 07. 2023

이태원 핫 플레이스 접수 완료




부천역 롯데리아 앞에서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 들어온 경로는 다르지만 대학교 새내기라는 단단한 끈으로 이어져 01학번이라 불리게 된다. 같이 과제도 하고 동아리 활동과 미술전시 건축물을 보러 돌아다니며 더 돈해진 네 명의 친구들은 집착클럽이라 칭하며 무박여행상품도 함께 다니고 즐거운 청춘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결혼 패턴을 따라 붕어빵 하나둘씩 찍어내고 그중에 제일 조용했던 친구이자 첫 번째로 결혼 친구아이가 중2가 되자 만나자는 연락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반전이 일어났다.




스무 살의 푸릇푸릇함은 없어지고 카카오톡 대화에서 서로의 건강과 아이의 생활이 주된 이야기였다. 종종 만나면 이야기의 소재는 동창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와 졸업 후에 다녔던 회사 이야기  그 시절 같이 다녔던 곳을 그리워했다. 주 근무처는 학동 강남 압구정등 인테리어 회사와 자재가 즐비한 곳들이자 맛집들이 가득한 곳에 일했던 그녀들은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없는 곳들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아이 방학 전에 모이자는 제안을 한 친구가 이번엔 맛집에서 보자며 몇몇 곳을 소개했고 그중에 런던베이글에 가자고 했다. 그곳에 가려면 8시까지는 와야 한다는 말에 다른 친구는 그렇게까지 먹어야 하냐며 혀를 내둘렀고 이태원 강남 청담 후보지를 내세워 투표로 결정을 했다.



세르클 한남


첫 번째로 선택받은 세르클 한남 이태원에 위치한 브런치카페로 젊은이들 맛과 사진뷰가 충족되는 가성비 맛집으로 후한 점수를 받는 곳이었다. 전철을 타고 내려서 굽이굽이 언덕을 올라가자니 어이쿠야 젊었을 때 어떻게 빨빨거리면서 다녔나 웃음이 나왔다. 날까지 더워서 헉헉 거렸지만 이쁘긴 이쁘다며 잘 골랐네 좋다 우리는 예쁜 외부테라스 보다 시원한 실내를 현명하게 선택하고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주문을 넣었다.



1. 미나리 골뱅이 파스타

2. 버섯 크림 뺑뒤프

3. 감자튀김 소시지 뺑뒤프



이름도 생소한 브런치들이 쫘르륵 나왔고 상큼한 색감의 음료도 식욕을 한껏 끌어올려줬다. 육아와 일에 치여 살았던 그날이여 내 머릿속을 지워주오 오일파스타의 느끼함을 미나리 특유의 맛으로 감칠맛을 더해줘서 호로록 목으로 타고 넘어갔다.




 


뺑뒤프는 한국식으로 계란빵이다. 양송이와 크림수프 부드러움에 계란빵 조화라 우리는 하하하 뭐야 이게 MZ감성이냐며 웃었는데 맛은 웃을 일이 아니다. 알고 있는 그 크림맛이 아니라 더 진하고 뺑뒤프를 컷팅하자 노른자가 촤르르 흘러나왔다. 정말 부드러워서 자꾸 손이 갔다. 만족스러운 브런치를 끝내고 두 번째 핫 플레이스로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콘하스 한남


들어서자 웬 풀장에 물이 30센티도 없으면서 족욕을 하라는 건가 의아했다. 2층으로 올라간 우리는 금세 알아차렸다. 이곳은 사진 핫플레이스구나 감이 딱 왔고 실내의 시끄러움을 견디지 못할 거 같아서 2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한 여름의 뜨거움 보다 소음을 견디지 못할 거라며 자리 잡았는데 생각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줬고 커피와 쑥시금치케이크도 신기한 조합이라며 먹었다. 사람들이 들락날락 우리 앞에 자꾸 줄을 서고 파노라마 셔터 소리가 촤라라라 촤라라라 오 마이갓!!! 이 사람 저 사람 궁둥이를 몇 시간이나 감상했다. 그들은 우리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사진을 건져 올랐다. 그려~ 찍어 남는 건 사진이다 청춘들 아니던가 등짝이 훌러덩 예전 갔았으면 꼴불견 아냐 했을 텐데 있는 그대로 젊음이 좋았다.



열심히 웃고 떠들다 보니 헤어질 시간이다. 아침 11시에 만났는데 시간이 이렇게 되었냐며 아쉬웠고 서로의 집으로 카카오톡을 연신 돌려본다. 저녁으로 치킨이 어떠냐 피자는 어떠냐 알아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한남동에서 각자의 집으로 배달 음식을 대령하는 20년 전에 있을 수 도 없는 일들이 펼쳐졌다.



차를 가져온 친구가 이렇게 된 거 예전에 일했던 곳으로 이동해서 저녁을 먹고 가자고 제안했다. 집착클럽에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뭐든 괜찮아 다 좋아라며 시간연장이 그저 좋았다.



불이야 강남점


세 번째 선택받은 아이는 핫플은 아니지만 일할 때 자주 왔고 점심은 느끼했으니 핫(hot)한 걸 먹자며 훠궈를 추천했다. 다들 마라탕 먹지? 그 정도 매움이라고 했는데 아니었다. 입안에 불이 나기 시작해서 우리는 백탕에 퐁당 빠트려 먹었고 입가심으로 빠스를 주문했다. 다들 기억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지만 20년 전에 유행했던 빠스체인점 맛탕이라고 기억할 수도 있겠다. 엿처럼 쭉쭉 늘어가는 빠스를 찬물에 담가 코팅해 분리하고 하나씩 먹는 맛은 고구마의 달콤함과 겉은 바싹 속은 촉촉한 부드러움이 추억을 더해져 그 시절 먹거리를 소환해 주었다.



애엄마 넷이 모여 핫플레이스를 탐방한 소감을 말하자면 행복해서 시간을 부여잡고 싶었다. 오랜만에 진짜 젊은 사람들만 봤다고 눈치 없이 떠들고 먹고 좋다. 다음 핫플레이스를 기약하며 하루의 일탈을 잘 놀았노라 보고한다. 집착클럽아 건강하게 또 돌아보자! 입은 즐겁게 준비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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