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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Aug 11. 2023

장독파크로 떠나요.

여름아 부탁해


해가 바뀔 때마다 지구는 더 불타오르고 있다. 7월 초만 해도 견딜만했는데 중순이 넘어가니 이마가 뜨겁고 아이들은 조금만 걸어도 정수리가 타들어 갈 거 같다며 단 5분 걷는 것도 버거워했다. 장마가 길어질 거라고 했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무더위에 지치지 않는 단 하나 우리 집 화단은 더위야 올 테면 와봐라 놀리듯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식집사 이미지 미안합니다.


그로로 에 글을 올리는 나로서 식집사 코스프레 중인데 집 화단 공개는 참으로 민망하다. 일과 육아에 화단까지 가꾸는 체력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보다 못한 남편은 빠름 배송으로 낫을 주문해 줬고 배송이 무색하게 몇 주를 흘러 보내다 안 되겠다 싶은지 날을 잡아서 모조리 제거해 주는 우쭈쭈 신공을 보여줬다.




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 어디서 포카리스웨트 노래가 들리는 것 같다. 풀떼기를 다 잘라버리고 남편이 근데 저 큰 나무 같은 건 키우는 거 같던데 괜찮냐며 물었고 난 내가 키운 게 아니라 저렇게 풀이 나무처럼 자라서 황당했다고 서로 깔깔 거리며 웃었다.




깨끗이 치워진 자리를 보고 있노라 옛 기억이 떠올랐다. 창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코로나로 거리두기 영업시간제한조치와 더불어 아이들 등원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무더웠던 그해여름 바보같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집이 좋은 아이들이었지만 삼시세끼 만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주택의 장점을 살려 보기로 했다.



상꼬맹이 시절



말 못 하는 둘째와 소심쟁이 오빠는 낮은 물에도 마냥 신나서 엎어라 뒤집어라 놀았다.  매일 아침이면 물을 받고 점심쯤 들어가 놀기를 반복했다. 한 달을 신나게 사용한 사각풀은 안녕을 고하고 과감하게 버렸다.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몇 년째 똑같았고 마음이 무너져 무기력과 우울증이 동반되었다. 하루하루 버티며 지내는 마음도 희망이란 게 있으면 좋겠다 싶다. 부모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여름이면 사각풀과 간식을 준비해 갈 곳 없는 우리는 풀장을 개장했다. 몇 시간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던 나도 맥주를 한 캔 딸깍 마시며 같이 더위를 이겨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두운 시기를 이겨내도록 마음을 다독여줬던 친구가 방학을 맞이하여 놀러 온다는 통보를 했다.




장독파크를 개장하시오






2023년 장독파크를 개장했다.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거였으면 마당이 넓은 집을 샀을 텐데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법 장독대에 만들어진 엄마표 워터밤도 아이들은 충분히 즐거워했다. 물총 4개 무한 리필되는 물풍선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요기대령입니다까지 완벽했다. 뜨거운 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장독파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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