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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돌봄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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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꽃다발 Oct 13. 2024

돌봄 '무아지경'의 일

무아지경 돌보는 삶

4년 전 요즘, 월라봉 산책로를 걷는데 함께 걷는 새댁이 가 말했다.

"새 소리랑 풀벌레 소리 들으며는 잡념이 사라지는데, 이런 게 무아지경일까요?"

"무아지경이 무슨 뜻일까요?"

나는 나도 자세히 모르는 단어를 쓰고는 걷다가 네이버 사전에 검색을 했다.

"요즘은 잘 모르는 단어는 사전에 검색을 해요."

:

무아지경

[ 無我之境 ]

요약 내가 없는 지경이라는 뜻으로 정신이 한 곳에 빠져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경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無 : 없을 무
我 : 나 아
之 : 어조사 지
境 : 지경 경

[네이버 지식백과] 무아지경 [無我之境] (두산백과)

 :

나를 잊어버릴 지경의 순간.

나의 존재를 잊을 수 있는 것은 치유 아닌가?  

 

돌봄이다. 지금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아이들을 지켜내는 삶에 빠져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경지를 살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만의 생존을 위한 시간이 아닌 자신을 잊은 무아지경의 삶을 사는 돌보는 삶이다. 이름도 00 아빠, 00 엄마로 잠시 이름조차 내려놓아졌다. 나만의 생존을 위한 삶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잊어버린 경지에서 무아지경에 빠진 돌봄 여행 중이다. 심지어 아이들과 나의 부모님 세대를 돌봄 하는 샌드위치세대다. 돌봄의 시간들은 매일 생존을 위해 돌아가는 챗바퀴를 멈춘 삶이다.

 

잠시 나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 몰입할 거리를 찾아다니거나 작은 창작 또는 명상과 같은 행위는 돌봄을 예찬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우리의 돌봄의 시간들은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 이 무아지경 시간 중 돌보는 삶 (나 자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또 다른 나들과 밥 해 먹고 소통하는 일들이 필요하다.

: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짧은 순간에는 자신도 모르게 고민이 사라지듯이 땅에 발을 디뎌 산책길을 걸을 때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생각의 감옥에서 나오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새소리 물소리가 들리는 그곳에서 또 다른 나들과 함께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를 들어보길 바란다. 그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보길 바란다. 이러한 무아지경일 때 내가 말랑말랑해지고 유연해서 만나는 모든 생명이 숨을 쉬게 된다.

:

진짜 행복은 이런 무아지경이 아닌가 싶다. 진정한 쉼이 있는 상태. 그 순간이 무아지경이고 그 시간에 삶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의 통로가 생겨 숨이 쉬어지는 것이다. 나는 생존하고 싶지 않다. 다만 숨을 쉬고 싶다. 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우아한 아우라를 가질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인듯하다.  


무아지경 돌보는 삶. 자신을 잊는 그곳에 모든 가능성이 있다.

물과 꽃과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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