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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Feb 14. 2018

한 번의 추억

언제나 다시 그 자리에서


 가끔 그 사람을 생각하면 몇 가지의 기억이 수두 둑 쏟아진다. 난 그 사람을 만난 적은 있지만 대부분이 기억이다. 그 기억 중에 하나의 추억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그때의 난 조금 걸을 수 있었나, 아님 벽을 짚고 설 수 있었을까? 아무튼 난 직립보행이 가능한 나이었다. 그 사람을 보러 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 사람은 나에게 나가라고 소리쳤다. 추억에 그 사람의 얼굴은 없었다. 다리만 보일 정도로 들어갔을 때 그의 목소리에 도로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난 방을 나와서도 문 앞에 서있었다. 그 사람의 발끝이 보였다. 그 사람은 아파하고 있었다. 그는 아기인 나에게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에 그렇게 힘껏 소리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난 문득 뜬금없이 이 추억이 떠오를 때면, 어김없이 그 날의 내가 되어 방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솔직히 그렇게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사실 난 그 날의 그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으니까. 그때 그냥 들어가 그 사람의 얼굴이라고 봐 둘걸, 손이라도 한 번 잡아 볼 걸 하는 생각을 늘 했다. 그 순간을 이렇게 오래 기억할 줄 알았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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