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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Apr 04. 2018

싸구려 소파

흉터로 기억한 이야기

 

 집에 싸구려 소파가 있었다. 남자는 착했지만 정말 가진 게 없었다. 시댁은 해주려는 것보다 바라는 게 더 많았다. 막내인 남자는 집에서도 큰 힘이 없었다. 작은 집에 겨우겨우 사 모은 가구도 몇 점이 전부였다.



 처음 아이를 낳았는데, 딸이었다. 아기가 다 그런 건지 딸이라 그런 건지 아기는 무지 작고 연했다. 외가에서는 첫 아이 었다. 이모며 삼촌이며 아이의 머리가 땅에 닿을 세가 없었다. 모두 팔을 벌리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집에 싸구려 소파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쿠션감이 남달랐다. 아이가 이제 좀 뛰어다닐 즈음이 되자 거실은 숨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아이는 아주 잠깐 사이에, 그러니까 믿을 수 없고 원망할 수도 없는 그 잠깐 사이에 소파로 풍덩 뛰어들었다.



 아이는 넓게 펴진 휴지처럼 붕 떠올랐다. 테이블에, 그러고 나서 바닥을 뒹굴던 작은 자동차 장난감에 떨어졌다. 아이는 잠시간 멍하니 있더니 자지러지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마에서도 피가 터져 나왔다.


 남자는 아이를 안고 주차장으로 뛰었다. 주차장에 가자 누군가 차 뒤에 이중주차를 해놓은 상태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두 사람은 기다릴 여유도 없이 재빨리 택시를 잡았다.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갔던 것이었는데 다행히 성형외과가 있는 병원이었다. 얼마나 깊이 다쳤는지 피부 속을 꿰매고 다시 겉살을 꿰매었다. 


 여자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전처럼 가만히 앉아있던 그 소파가 원망스러웠다고도 했다.


 당사자에겐 작은 소동으로 여자와 남자에게는 지옥 같던 시간으로 이마의 흉터와 함께 남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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