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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Mar 22. 2018

초콜릿 우유

진짜 달콤한 말.


 엄마는 이제 다 키운 딸을 보며 자신이 좋은 엄마였는가를 떠올린다.

 엄마가 갱년기가 온 후 부쩍 거울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왠지 어제보다 늙어 보이는 얼굴을 보며 자연스레 옛 일들을 생각하는 일도 많아졌다. 세월은 길었고 깊어진 주름을 보는 일이 꾸미는 걸 좋아하는 엄마에게는 그렇게 행복한 일은 아닐 거라 생각이 들곤 했다. 주름이 삶의 성과라기보다 걱정으로, 상처로 보이는 일이 많았을 테니.

 엄마는 일을 하느라 바빴던 젊은 날들과 짧은 신혼을 보냈다. 둘째 아이의 임신 소식을 알고 일주일 뒤 남편의 암 선고를 받았다.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아픈데도 아이를 지우지 않는 엄마를 독하다고 손가락질했고 물론 그렇다고 아빠의 병구완을 도와주는 것은 아니었다.

 옛날 일을 떠올리면 좋았던 일보다 바쁘고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을 것이고 그런 일들이 쉬이 잊힐 리 없었다. 서러운 일도 한 둘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리고 무언가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다 키운 딸들을 보며 엄마는 자신이 좋은 엄마였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같이 장을 보다 문득 우유에 타 먹는 제티가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나오던 우유가 먹기 싫어서 친구들도 저도 우유에 제티를 타 먹곤 했는데. 단지 오랜만에 그때가 떠오른 것뿐이었다.


 “나 초등학교 다닐 때 저게 엄청 먹고 싶었는데.”

  내 말을 들은 엄마는


 “내가 안 사줬던가?”


 “아니 사줬어.”


 아차 하는 마음에 반사적으로 ‘아니’라고 답이 튀어나왔다. 사실 엄마는 나와 언니의 성장기에 모든 것을 세심하게 챙길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제 딸들을 다 키우고 보니 문득문득 그 시기에 좋은 엄마였었나 하는 생각, 혹은 많이 신경 써주진 못해도 좋은 엄마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듯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정도면 좋은 엄마이지 않나 하는 마음까지 말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난 엄마가 스스로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좋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내 몸을 씻고 누이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몰려드는데


 솔직한 내 마음을 말해 준다면, 어떤 경우라도 나한텐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넘치게 좋았다고. 난 그게 제일 고마운 것이니까.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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