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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Sep 20. 2018

첫 만남.

왠지 모를 직감.



 계속해서 약속을 당기고 싶어 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민망했다. 사진도 여러 번 보고 연락도 주고받았지만 아무래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앞섰다. 이런 나의 우려에 그는 적어도 자신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믿을 수 없었다.


결국 약속을 잡곤 만나러 가는 길 내내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그냥 만나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퇴근길에 걸려 미리 장소에서 기다리던 그보다 한참을 늦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오늘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말씨였다. 처음 전화를 했을 때

 "지금 계단으로 가고 있어."

 그 말을 들으며 펼쳐진 노트 위에 따라 적었다. 잠이 들 때까지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 계단으로 가고 있어.'


 차가 막힌 만큼 거리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정류장에도 신호등 앞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오랜 친구도 알아보지 못할 판이었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거란 걱정이 다시금 들었다. 카페도 식당도 아닌 어느 길목에 서서, 목적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가 보였다.


 내 우려와 달리, 그는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또렷이 다가왔다. 이 넓은 길, 이 많은 사람들 중. 목적지가 '나'인 단 한 사람.


그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그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난 왠지 모른 이런 직감이 들었다.


 '난 그와 오래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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