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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Sep 26. 2018

오랜만의 연애

당연한 거라 던데 진짜 당연한 걸까? 내가 연애 고자인 걸까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다. 나도 3번 정도 연애를 했었다. 짧게는 서너 달 길게는 아마 2년쯤. 그러고 2,3년쯤 연애를 쉬었다. 쉬다 보니. '혼자가 편하구먼.' '친구들과의 시간이 이렇게나 즐거운 거구만.' 하면서 잘 지냈다.


 남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래저래 만날 기회가 생겼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과 만날수록 더 남자를 만나는 게 싫어졌다. 귀찮아졌다. 친한 친구들과 그리고 혼자인 나를 위한 시간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점점 남자와 맞지 않는 성격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


 누구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도 않고 예쁨을 받으려 노력할 생각도 없었다. 약한 척을 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조언에 어이가 없었다.


 "그냥 너랑 맞는 사람을 못 만났을 뿐이야."


 친구들을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이 맞는 듯도 하였으나 확신은 없었다.


 그는 내게 매일


 '점심은 뭐 먹었어?' 하고 묻는다. 그의 걱정에 다정함을 느끼다가도 매일 같은 대답을 하는 일이 좀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 이런 이야기에 친구들은 '그게 좋은 거 아냐?', '당연한 거야.'라는 반응이었다. 내가 너무 오래 연애를 쉬었나...? 정말 감이 떨어졌나? 진짜 혼자에 너무 익숙해진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가 오랜만이다 보니 혼자의 영역이 넓어진 것도 한 몫했다.


  한 번은 대충 얼버무린 대답에 몇 번씩이나 무엇을 먹었는지 묻는 그에게. '왜? 내가 뭐 먹는지가 그렇게 궁금했어?' 하고 물었다. 그는 민망한 듯 웃었다. 단지 잘 챙겨 먹는지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았는지가 궁금하고 잘 먹었다고 하면 기분이 좋다고 혹시 불편하냐 되물었다. 그 마음 쓰임이 좋아, 그저 좋아서 물어본 것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일로, 집이 완전히 반대 방향인 우린 서로의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곤 한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가 자꾸 내 뒤를 따라왔다. 몇십 분을 돌아가도 같은 곳에서 환승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헤어지기 싫은 마음도 같고 그 마음은 고마웠지만 서로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이었기에 내가 단칼에 거절하고 돌려세웠다. 


 이런 내게, 남자들은 자신이 좋은 때는 여자가 조금 이기적이게 굴어도 전혀 흉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적당히 약한 척 모르는 척 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워낙 받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가 보여주려는 마음이 예쁜 마음이기에 받는 나 역시도 가볍게 받을 수 없었다.


 솔직히 이런 나의 연애 방식으로 늘 지난 연애들을 후회해 오긴 했었다. 배려든 뭐든 소용없게, 정말 스스로 바보 같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이런 능숙하지 못함을 연애 고자라고 한다면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나를 배려해주는 그의 마음이 싫은 건 아니지만 마냥 편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 마음을 쉽게 판단하기도 무작정 받아버리기도 어려운 난. 그저 그의 진심을 받으며 나 역시도 진심을 주며 서로 감정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그의 마음을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 않게 경계하며 매 순간을 감사하고 행복하게 여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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