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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Sep 30. 2018

개인적인 취향

난 그의 스타일과 정반대의 사람


 보통 남녀가 처음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난 보통 이상형에 대해 묻는다. 상대의 취향을 알고 싶은 이유 하나, 내가 상대의 취향인지 아닌지 알고 싶은 이유가 둘,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상형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이유가 셋이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편이다.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그래서 친구들이나 지난 남자 친구들과 스친 사람들에게 왜 내가 좋았는 지를 묻곤 한다. 한 사람은 내가 어른들을 대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사람인데, 내가 어른을 대하는 모습이 싹싹해 보였던 모양이었다. 어떤 사람은 카페에서 그의 일을 한참 기다릴 일이 있었는데 바빠 보이길래 그냥 카페에 있던 책이나 뒤적이며 조용히 있었다. 근데 그 모습이 이해심 많아 보였단다. 어떤 사람은 나랑 이야기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이 말들의 신빙성은 뭐, 50% 정도다. 어느 정도 그들의 환상이 포함된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남자. 정말 뜻밖에 말 한마디 안 나눠 본 내가 이상형이란다. 질문의 3번 욕구를 충족해주는 대답이다. 하지만 감동적이라 해야 하는 건지, 성의가 없다고 해야 하는 건지.


 "내 어느 점이?"


 "그냥 다."


 사실 외모는... 그리 내세울만한 건 없는데, 어느 점을 말하는 건지 두루뭉술 알 수가 없었다. 그럼 가장 쉬운 것이 외향적인 취향이니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느냐 물었다. 연예인도 좋고 옷 스타일을 말해도 좋으니 말이다. 그는 깔끔한 스타일이면 다 괜찮지만 정장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펜슬 스커트, 블라우스, 스틸레토 힐 적어도 이 3가지가 내가 아는 오피스룩의 기본 요소다. 내게 단 하나도 없는 것. 평소 내 스타일은 맨투맨, 하이웨스트 바지, 운동화 전부 편한 옷들이다. 아니면 하늘하늘한 원피스뿐이다. 오피스 룩이라니... 심지어 가지고 있는 블라우스들은 전부 레이스에 너풀너풀한 스타일이지 전혀 오피스 룩은 아니었다.


  너무 다른데?


 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말이 그런 건지 뭘 입어도 좋다고 말하는 그에게 난 선물처럼 펜슬 스커트와 하얀 블라우스를 구입했다. 옷을 고르면서 내가 상상한 이미지의 오피스 룩은 모든 일의 결정권을 가진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런데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펜슬 스커트를 입은 내 모습은... 질문 타이밍인 찾는 신입 사원의 모습이었다. 어쩐지 당황스러워 쭈뼛쭈뼛 그의 앞에 서자.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연신 잘 어울린다 말하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나의 모습이 그 이상형은 아닐 수 있어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조금은 다를지라도 이렇게 가까워지지 않을까...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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