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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Oct 02. 2018

나도 연애가 처음은 아니니까

사랑이 영원 하대도 난 그러지 못할 테니까.

 매일 어제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먼 거리를 달려, 시간을 쪼개 주며,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는 말을 하며 행복한 대화를 나누는 그와 우리의 모습을 보며. 난 무작정 행복하다가도 문득문득 이 행복을 경계하게 된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나도 연애가 처음은 아니니까. 사랑의 아름다움만 찬양하기에 앞서, 사랑이 식을 때의 아픔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자존감 문제라거나 믿음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살도 쪄봐야 피자를 먹으며 칼로리 걱정을 하게 되고 숙취도 겪어봐야 술 마실 때 다음 날의 일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오빠, 변했어.'


 바로 어제, 라디오 광고에서 들은 말이다. 광고의 요지는 제공하는 서비스가 새롭게 변했다는 것이었지만 난 문득 왜 저 말을 여자가, 왜 오빠들은 변하는 것 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오빠들도 변했었다.


 내 지난 연애들을 생각해보면 난 지난 그 사람들이 좋기도 했지만 나를 좋아하는 그 마음들이 좋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니 그들의 태도는 변했고 난 실망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반성하자면 나 역시도 처음과 같지 않았다.


 그들도 지금의 그처럼 나와의 시간을 행복해했었다. 어린 나이와 별개로 결혼을 꿈꾸기도 했었고, 아이의 이름을 지어본 적도 있었다. 이 번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맞은 결말을 어떠했는가. 그리고 지금 나에게 사랑을 말하는 그의 지난 연애는 어땠을지 몰라도 그도 결국 어떤 상처가 남은 연애들이 있었을 것이고 경솔했던 자신을 알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를 향해 웃고 나에게 보내는 걱정과 말할 수 없이 고마운 그의 응원을 전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걱정을 가진 나도 그에게 사랑을 말하고 있고 그것 역시 백 퍼센트 진심이니까. 그리고 그 역시도 내가 모르는 불안과 상처를 이겨내고 있을 테니.


 분명한 것은 지금 난 나의 지난 연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사랑과 배려를 그에게서 받고 있다. 작아도 진심 어린 선물이라던가 은연중에 전해지는 그의 진심들은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나도 그에게 내가 받은 행복을 돌려주고 싶고 더 크게 주고 싶다.


 그러니 난

 이 마음이 변치 않길 바라기 보단

 점점 더 깊어지길 바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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