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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Oct 10. 2018

굳이 맞추려 하지 않아도

큰 에너지 소비가 없는 사람.

 지난 연애만 해도 난 연애에 연애에 진짜 열정적이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이런 해수의 대사가 나온다


 "너도 사랑 지상주의자니? 사랑은 언제나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용기만을 줄 거라고?"


 내가 연애의 열정적이었다는 말은 해수의 말대로 내가 사랑 지상주의자였다는 말이다. 먼저 연락하거나 먼저 상대를 찾아가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는데, 스스로도 그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잘 맞지 않다고 느끼는 건 사랑하지 않아서야. 내가 좋으면 다른 점도 달라서 잘 맞는 다고 느끼게 되잖아.'


 지금도 내 말이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 저 말은 나를 어려운 연애를 하도록 인도하는 말이었다. 차이의 문제를 모두 나의 마음 탓으로 돌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아는 언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굳이 맞추지 않아도 맞는 사람이 있어. 서로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맞는 사람."


 그렇다. 나는 상대방과 내가 맞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 연애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하루에도 감정이 하늘에서 땅까지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하루 종일 짜증이 났다. 


  사랑 지상주의자의 사랑은 얄팍했다. 우선 내가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단 생각도 든다. 연애를 시작했으니 당연히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나에 상응하는 상대의 반응 기대했고 지쳤다. 내가 연애에 대한 열정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이유 중 하나였다.


난 지금의 연애에서 그 언니의 말을 여러 번 떠올렸다. 성격도, 습관도 사고 체계도 닮은 당신을 보며 말이다. 서로의 습관이나 성격을 말하며 연신'나도 그래!'을 말했다. 우린 서로 가진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 이야기를 이해시키기 위해 부가되는 에너지가 필요치 않았다. 난 왠지 그 이야기 안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본 듯이 아른거렸고, 그는 내가 혼자 있던 시간에 들어와 날 도닥였다.


 하다 못해 식성도 체질도 비슷해 같이 아프고 같이 약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보다, '꼭 나 같아'하며 한참 웃다 콜록거렸다. 


 우리가 모든 것이 같을 순 없다는 것도,

 사실은 다른 점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것도 알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데 쓰는 에너지를 아꼈으니

 더 사랑하고 그 사랑을 지키는 데에 남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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