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자기가 진짜 좋아하잖아
처음 만나기로 약속한 날. 우린 피자를 먹기로 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그대로 나왔다. 음... 잘 모르는 사이에 뻘쭘하게 서서 기다리는 게 어색할 거라 생각했다.
머지않은 만남에 우린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그리고 그리 오래지 않아 또.
늘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싶다는 남자 친구는
"짜장면?"
"좋아."
"덮밥?"
"좋아"
"닭갈비?"
"좋아"
모두 다 좋다고 말하다가
"피자는?"
"오, 완전 좋아!!"
하곤 너무도 티가 나게 반겼다. 그래서 난 그가 피자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한 달은 좀 넘게 만나는 동안 피자와 치킨을 거의 번갈아 먹다가 금세 살이 쪘다.
체중계 앞에서 절망을 느낀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 진짜 피자 줄이자. 패스트푸드 너무 많이 먹어."
내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래, 자긴 피자를 너무 좋아해."
응? 여태 오빠가 좋아해서 먹은 건데...
"무슨~ 아냐, 자기가 더 좋아하잖아"
...
우린 몇 초 간 서로를 빤히 보았다.
"자기가 늘 피자 먹자고 하잖아."
"내가 피자 먹자고 할 때마다 엄청 티 나게 좋아했잖아."
우린 같은 의미의 말을 계속 다르게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터지는 웃음을 막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래지 않아 웃음은 터졌다.
내가 웃다가 흘린 눈물을 닦으며
"그래서 오빠는 피자 안 좋아한다고?"
"아니,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럼 자기는. 피자 안 좋아해?"
앞선 논쟁이 부끄럽게 취향을 들켜버리고선 한참을 웃었다.
"말나 온 김에 진짜 마지막으로 먹고 줄이자."
나 심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