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니 Dec 12. 2018

그가 못생겨졌다.

큰일 났다


 뚜벅이인 우리 커플의 약속 장소는 대부분 지하철 개찰구 앞이다. 길치인 그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선호하는 편이고 둘 다 사는 곳이 지하철 역과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 길을 와준 서로를 위해 우린 별다른 약속 없이 당연히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개찰구에서 서로를 기다렸다.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를 발견하는 일은 마치 꼼꼼히 포장된 선물 상자를 여는 것처럼 어렵고도 기대되는 일이었다.


 오늘도 사람들 속에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그를 보았고 나를 발견한 그는 두 팔을 벌려 내게 품을 열어주었다.


 그에게 다가가서 안기는데...?


 "오빠 머리 잘랐어?"


 "응 조금 다듬었어"


 서툰 미용사의 솜씨인지 그의 머리는 미묘한 바가지 머리가 되어 있었다. 늘 단정하게 머리를 꾸미는 그를 생각하니 왠지 자르자마자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그 미묘한 바가지 머리 때문에 그의 외모는 조금 못생겨졌다.


 사실 난 그의 외모가 조금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키도 큰 편이었고 얼굴도 작고 운동을 하니 몸도 좋았다. 피부도 깨끗한 편인 데다가... 암튼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새까지 그는 분명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자꾸 그의 얼굴에 눈이 갔다.


 볼수록 못생겨 보였다.


 그가 못생겨졌다.

 큰일인 게...

 귀여워 보여서 밤에도 다음날에도 지금도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제대로 입덕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는 피자를 너무 좋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