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마음을 어쩔 줄 모르겠는 걸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부부인 마고와 루는 매일 아침, 매일 일상에서 서로를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을 말하는 게임을 한다. 이 게임은 상대보다 더 잔인한 방법을 생각해 내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상대를 죽이는 방법을 더 잔인하게 생각하려면 상대를 좋아하지 않거나 미워해야 할 거라 생각되지만. 최근에서야 난 이 게임의 포인트가 '더 잔인하게'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잔인한 생각을 해낸 사람은 즉,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첫 만남에, 내 손을 덥석 잡아놓고는 잡아도 되는지 안절부절못하던 당신이 귀여워서.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다.'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내가 처음 손편지를 선물 한 날. 별 것도 아닌 종이 한 장에 좋아 몇 번이고 펼쳐보던 당신이 사랑스러워서.
너무 사랑스러워서.
'양 볼을 찌부찌부 하고 싶다.'라는 귀여운 마음이었다.
이 정도의 마음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하루 진종일을 지쳐 그림자보다 느린 걸음으로 당신 앞에 섰던 날. 그런 날 위해 새하얗고 사랑스러운 안개꽃 다발을 선물한 당신에게. 난
'돌려차기를 하고 싶었다.'
'뭐어!! 이 눔이!'
그가 놀란 듯 웃겨서 다시 말해보라고 했지만 내 대답은 똑같았다. 돌려차기 하고 싶다.
또 한 번은 내가 깊은 고민에 빠져 하루 종일 횡설수설하던 날.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잉잉!' 하는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렸을 때. 난
'엄지발가락부터 돌돌 말아 스키니 진 주머니에 구겨 넣고 싶었다.'
내 말에 그런 생각은 어디서 나서 하는 거냐며 웃는 당신의 그 미소가 이뻐서
'풍선처럼 빵빵하게 불어서 도움닫기로 안겨 터뜨리고 싶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 미워? 괴롭히고 싶어?
아니. 너무 좋아. 너무 좋은데 좋은 걸로 부족해. 사랑스러운 걸로는 너무 싱거워. 내 마음은 더 자극적이고 불같은걸? 그냥 양이 많고 크다고 표현도 너무 밍밍할 만큼
당신이 너무 좋아 죽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