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는 게 괴로워 음악 없이도 이어폰을 끼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목소리는 타인이 내게 다가올 때 들리는 두려운 소리였다. 귀를 막아야 비로소 들리는 것들만을 원했다. 그렇게, 듣는다는 것은 닫히고 열리는 문을 의미한다.
얼마 전 꿈에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뵈었다. 말씀도 잘하시고 이젠 멀었던 귀가 잘 들리시는지 농담도 하셨다. 생은 지나치게 길었고 소리는 짧았다. 주변 모든 것들의 소리를 잃으면서 외할아버지의 세계는 빠르게 작아져갔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엔 들리지가 않으니 웃기만 하셨고 나는 그 미소의 의미를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이제는 안다. 그분께도 나에게도 듣는다는 것은 닫히고 열리는 문을 의미했다. 내가 닫았던 세계는 할아버지가 온 힘으로 열고 싶어 했던 그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