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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퇴사할 수 있을까? (3)

나의 퇴사 여정 라이브 중계 3편




다시, 평일. 부장님의 전략


월요일에 팀장님이 드디어 내 퇴사 건을 부장님에게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화요일,

오전 10시.


부장님이 불렀다.


그의 만류 전략은 여러 개였다. 힘든 점을 말해달라, 여기서 회복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일을 줄여주겠다, 팀장이 너를 많이 아끼는데 나간다니 안타깝다, 휴가를 갔다 와라, 출근이 싫으면 재택근무를 시켜주겠다, 그래도 퇴사를 하겠다면 신규 사업만 궤도에 올려놓고 퇴사해달라... 등등.


어떤 제안에도 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두 사람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네 건강이 우선이라던 엄마의 말과... 그만큼 내가 일을 많이 하고 있었던 방증이라던 의사 선생님의 말.


오전 10시 30분.


내 자리로 돌아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는 게 잘하는 짓일까? 잠시 생각했다.

부장님은 팀장님을 데리고 나갔다.


오후 3시.


팀장님이 나를 불렀다. 내일모레(목요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휴가를 가라고 했다. 휴가를 주라는 건 부장 지시였다.


나는 작년부터 번아웃이 왔으며 올해도 그저 버티다 4월까지 왔다는 점을, 팀장님에게도 부장님에게도 말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번아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거나 혹은 모르는 척하는 것이 분명했다. 번아웃은 6일 쉬고 돌아오면 괜찮아지는 그런 게 아니다.


게다가 휴가 간 사이에 누가 내 일을 대신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휴가를 다녀온 만큼 내가 또 야근을 할 거라는 문제도 있다. 휴가와 야근의 맞교환이다. 우리는 이런 걸 조삼모사라고 부르기로 했지요? 바로 이런 환경에 지쳐서 퇴사를 원하는데 왜 당신들은 모르는 걸까.


팀장님은 지금 일이 많아서 휴가 쓰는 게 어려울 것 같으면 급한 일을 해놓고 5월에 휴가를 가도 되니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라고 했다.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자리로 돌아왔다. 트위터에 이렇게 적어봤다.

나 직장 그만둘 수 있을까?
단칼에 사표만 던지면 되는 줄 알았더니... 직장 상사들이 받아들이질 못해서 내가 이걸로 브런치에 연재를 해도 될 판임


그래서 연재를 하기로 했다.


오후 5시.


일이 손에 안 잡힐뿐더러 내가 일하기 싫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친구 A가 카톡으로 친구의 퇴사 담을 전해주었다.


"내 친구는 전 직장 그만둘 때 거기서도 회유하고 붙잡고 그래서 하루 무단으로 결근했대. 그러자 너의 의지를 알겠다면서 보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나도 나의 의지를 보여야 하나? (퇴사라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내가 아직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자, 친구 B는 회사에서 다른 말 못 하게 메일로 사표를 먼저 보내라고 했다.


수요일,

오전 10시.


아침에 팀장님이 다시 불렀다. 휴가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았냐고 했다. 아차, 생각 안 해봤다. (어제저녁엔 뇌의 스위치를 끄고 드라마 보다가 그냥 자버렸다.)

그래서 되는대로 해버렸다. 어차피 온전한 휴가가 되지 않을 걸 알았지만, 5월이 너무 멀게 느껴졌으므로 내일부터 바로 쉬겠다고 했다. 그래, 휴가를 가라고 하니 나는 휴가를 간다. 모르겠다.


저녁 9시.


휴가 전에 할 일을 해놓고 가야 해서 역시 야근을 했다. 종일 산처럼 쌓인 업무에 짓눌리는 기분을 느끼다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해버렸다.

"갔다 오면 일이 더 산더미일 것 같아서 돌아오기 싫을 것 같아요."

팀장님이 대답했다. "내가 조금씩 없애고 있을게..."


저녁 9시에 퇴근했고, 집에 와서 짐을 들고 본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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