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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끝찡 Apr 08. 2020

우리 집의 첫 반려동물

저희 가족의 첫 반려동물은 '탑'입니다


여러분의 첫 반려동물을 기억하세요?


 누구나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을 겁니다. 강아지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웠고 선망에 대상이었거든요. 그래서 매번 부모님에게 졸랐죠. 그런데 부모님은 우리 형편에 강아지를 키우기 힘들고 동물을 키우는 건 강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반려동물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군대를 다녀와 대학을 졸업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아버지는 퇴임 후 사업을 고민하시던 2010년이 되었습니다.


 그때! 군대를 막 제대한 동생이 여자 친구의 개가 새끼를 낳다고 그냥 데려온 겁니다. 진돗개 비슷한 믹스견 수컷인데 그냥 똥개죠 뭐~ 그런 족보도 없는 개를 집에 가지고 온 겁니다.  안 그래도 형제밖에 없는 집안에 개까지 남자라니... 그것마저도 저는 싫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당연히 반대했죠. 그런데 요놈... 벌써 우리 가족을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고 선한 눈망울로 애교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우리는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이름은 '탑'입니다.


이름도 참 웃기죠? 탑의 의미는 당시 아버지가 막 정년퇴직하시고 퇴직금으로 스크린 골프장을 열게 되셨는데 스크린 골프장 이름이 <탑 골프 연습장> 였습니다. 그나마 이름이 스크린이나 골프 같은 것이 아닌 게 어딥니까? 아버지께 그냥 '탑' 그러면 부르기 힘들다고 '타비'라고 하자고 해도 '탑!'이라고 했습니다. 탑~! 부를 때 늘 탑~~!!! 그냥 탑이고 합의했습니다. 새롭게 제2의 인생의 시작하게 된 아버지에게 행운을 줄 것만 같았죠.


그래서 요놈의 이름은 우습지만 '탑'입니다.


 2010년 당시 스크린 골프장이 막 부흥하던 시기라 장사가 늘 잘됐습니다. 정말 '탑'이는 우리 집에 행운을 가져온 것만 같았죠. 늘 손님이 북적였고 '탑'이는 손님들에게도 애교를 잘 부려 인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늘 선한 눈망울로 꼬리를 살랑살랑 거려 손님을 유혹하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리고 다른 강아지들은 테니스공 가지고 놀았겠지만 우리 '탑'이는 골프공을 삼키지도 않고 요리조리 축구하며 잘 가지고 놀았답니다.



 

 '탑'이가 겨우 6개월 정도가 지나니 덩치가 많이 커졌어요. 이젠 아기 때처럼 집에서 골프 연습장에서 키우기가 쉽지 않게 되었죠. 결국 마당이 있는 할머니 집에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랑받던 '탑'은 옛날 우리들이 잘 알던 시골 똥개처럼 지내게 되었죠. 할머니 집을 지키고 그냥 주는 사료만 먹고 쇠사슬에 걸려 사는 그런 개요. 아쉽고 미안했지만 우리 가족의 최선의 선택이었죠.


<할머니를 잘 지켜주렴>


 그래도 다행인 건 가게는 할머니 집과 겨우 차로 5분 거리였습니다. 애초에 가게를 할머니 집 근처에 한 것은 할머니를 위해서였죠. 어쩜 아버지가 '탑'이를 할머니에게 보낸 것도 할머니를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탑'이가 혼자 지내는 할머니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죠.


 그런데 재밌는 건 처음 데려올 때 제일 많이 반대했던 아버지가 '탑'을 가장 많이 챙깁니다. 늘 산책도 시키고 가게에도 데려가 손님에게 소개도 시켜주고 병원도 데려가고 말이죠. 누구보다 '탑'을 아꼈습니다. 그런 '탑'은 또 가족들 중 아버지를 제일 좋아했어요. 저 멀리서 아버지 차 소리만 들리면 울타리를 넘어 고개만 빼꼼 바라봅니다. 아버지가 문으로 들어올 때까지 말이죠.


<아버지 차를 바라보던 탑의 모습>


우리 가족은 그런 탑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ㅎ고개만 빼꼼~ 내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거든요 ㅎ   


<늠름하게 할머니를 지키던 탑!>


 '탑'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시골 똥개가 되었어도 할머니 집에서도 든든하게 씩씩하게 늠름하게 자랐습니다. 할머니도 잘 지키고 늘 할머니 마실 따라 나가고 말이죠. 그런 '탑'이를 할머니도 많이 아꼈습니다. 그래도 '탑'이가 가장 아끼는 사람, 즉 주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우리 아버지였습니다. 늘~ 아주 주구장창 늘~ 아버지 차만 기다렸죠. 아버지가 오면 또 그렇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 '탑'이는 5살이 되었고 2015년이 되었습니다. 잘 되던 가게는 늘 새로 생기는 스크린 골프장 가게에 의해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고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직격탄은 땅주인이 바뀌면서 지금 있는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겠다며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로 나가라는 거였죠.


 여러 방향으로 알아봤지만 방법은 없었습니다. 겨우 계약기간 1년 연장하는 정도가 최소한의 협의였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퇴직금을 다 투자한 곳에 권리금 한 푼 챙기지 못하고 설치한 그물막 조차 챙기지 못하고 허물고 나올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탑 스크린 골프>는 5년 만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리저리 알아보다 겨우 챙긴 스크린 골프 기계만 가지고 다른 부지에서 작게 다시 오픈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빚을 지고 가족들은 힘들어졌죠. 여유가 있을 땐 '탑'이랑 산책도 하고 챙기던 아버지였는데 여유가 없다 보니 '탑'을 챙길 겨를도 없었죠. 아버지뿐 아니라 당시 취준생이었던 동생, 한참 일 때문에 바쁜 저, 아프시던 어머니와 할머니. 우선순위에 '탑'이가 낄 틈이 없었죠.



 그래서 몰랐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외면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할머니 집에 와 '탑'을 봤는데 너무 말랐더라고요. 생기도 없고 겨우 다섯 살인데 이렇게 늙은 게 조금 이해가 안 됐어요. 할머니한테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겠대요. 갑자기 어느 날부터 밥을 안 먹더래요. 여러 해 탈 없이 겨울을 잘 버틴 아이였는데 이번 겨울은 뭔가 힘들 것 같다는 불안 예감이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저희 가족은 탑을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강아지들에게 흔한 심장사상충이래요. 수술을 해도 얼마나 살지 모르는 말기라고 합니다. 사상충 약은 그래도 꼬박꼬박 먹였는데... 하... 그래서 수술비는요? 물었더니, 몇 백만 원 한다는 겁니다. 지금 집안 사정도 어렵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수술을 해서 생명연장을 하느냐? 아니면 그냥 보내느냐? 이 기로에 서게 된 거죠.


 고민하는 와중에도 탑은 저희 가족을 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고, 그 와중에 또 아버지 차가 오면 또 나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너무 딱했고 미안했어요. 아마... 탑이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고민은 아마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어쩜 고민이 아니었어요. 말이 좋아 그냥 고민이었지, 저희 가족 아무도 먼저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그냥 '탑'을 보내주자 였어요. 그냥 미안함에 그냥 보내기 미안함 마음에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던 거죠.  




 그런 우리 가족의 마음을 알았는지 '탑'이는 그렇게 거짓말처럼... 정말 거짓말처럼... 병원에 다녀온 바로 다음 날 아침,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습니다.


 아버지께서 펑펑 우셨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많이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어머니가 말씀해주시더군요. 아버지는 유독 추웠던 겨울이라 화장시켜주고 싶었는대요. 그런데 동물 화장 비용은 뭐 또 그렇게 비싸답니까? 사람 화장하는 것보다 비싸답디다. 결국 또 고민을 했지만 화장까지 해 줄 여력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집 바로 앞에 있는 야산에 가서 아버지는 겨울의 굳은 땅을 겨우겨우 파서 묻어줬다고 합니다. 나중에 아버지가 여기라고 말해줘서 같이 다녀왔고 그때가 끝이었습니다.


결국 그 자리는 재개발로 공사가 시작되었거든요...


 우리 가족은 탑에게 수술도, 화장도, 이장도 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아마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했겠죠?  '탑'이는 반려동물이었지만 반려자가 아닌 동물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추웠던 2015년의 겨울도 지나갔어요. 어느새 시간이 지나니 탑 생각도 잘 안 나고 더 힘든 일도 생기고 또 좋은 일도 생기고 희한하게 금방 잊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새 식구도 생겼어요.


<타비>
<농심>

  타비랑 농심입니다. 농심이는 너구리 닮아서 농심이라고 지었고 타비는... 네... 맞습니다. 아버지가 지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타비와 농심이를 아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게 또 애교도 많고요. 그렇게 힘든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카톡 메신저로 사진을 하나 보내줬습니다. 깡 시골이라 그동안 할머니 집이 다음 로드 맵에 없었는데 생겼답니다. 그래서 사진을 보내주더군요.

 


보이시나요?



 저기 저렇게 로드맵 촬영차량을 쳐다보고 있는 게 우리 가족의 첫 반려동물 '탑'입니다

 '탑'이는 늘 그 자리에서 우리 가족이 오는지 늘 지켜보고 있었죠. 로드맵 사진을 찍은 차가 혹시나 우리 가족의 차인가 싶어서 말이에요. 무려 5년 동안이나 늘 모든 차를 보면서요.



지금은 또 아쉽게 업데이트가 되어 '탑'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또 조만간 할머니 집도 허물기 때문에 또 이젠 다른 모습으로 또 업데이트가 되겠죠?




 도살장에 끌려간 개도 맞다가 도망가고 주인이 다시 "쫑~" 하고 부르면 꼬리를 흔들면서 다시 달려온다고 합니다. 강아지는 그런 존재예요. 그래서 동물은 함부로 키우면 안 되고 동물은 정말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처럼 쉽게 관리받으면서 키워하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늘 지켜주는 누군가 있을지 몰라도 반려동물을 지켜줄 수 있는 건 오직 우리뿐이거든요


 정말 웃기죠? 처음에 '탑'이란 이름이 그렇게 싫고 어색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탑이라는 이름은 정말 딱입니다. 우리 가족 첫 TOP 반려동물이었으니깐요.


  사실 '탑'이가 죽었다고 했을 때도 그렇게 울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글을 쓰면서 눈물이 많이 나네요. 아마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탑! 5년이 지나도 널 기억하고 있단다. 늘 언제나 가슴속에 기억할 거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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