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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택 피로: 결정이 너무 많은 하루

결정이라는 이름의 피로를 덜어내는 연습

by 엄마의 테크노트

며칠 전, 저녁 설거지를 하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몇 가지 결정을 했지?”

아이 옷 고르기, 간식 준비, 숙제 순서, 외출 여부, 심지어 어떤 말을 할지까지.
하루를 복기해보니 30개는 훌쩍 넘었어요.


이건 좀 과한 거 아닐까요?


선택도 과하면 피로가 된다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는 말이 있죠.
사소한 선택도 반복되면 우리의 집중력과 감정 소모를 야금야금 가져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된 이후, 결정은 선택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루 중에 엄마가 아닌 시간은 없고, 그 시간만큼 선택은 쌓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위한 결정 중 정말 중요한 건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피로를 느끼는 이유는,
사실 그 중요도와 에너지 소비의 비례가 무너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선택의 ‘개수’가 아니라 ‘구조’

저는 최근, 결정의 총량보다 결정의 구조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결정은 ‘전날 미리 정하기’로 이동

선택지를 줄이고, ‘고르기’는 아이에게 위임

정해진 루틴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유연하게 적용


이런 작은 정리는
저에게 여유를, 아이에게 자율감을 주었습니다.

결정을 줄인 게 아니라, 결정의 방식과 주체를 나눈 것이죠.


선택 피로를 줄이는 3가지 감각 훈련

코딩보다 앞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감각 훈련’처럼, 선택 피로를 줄이는 데도 훈련이 있습니다.

1. 고정해두기
: 매번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건 그냥 고정해요.
(예: 간식 요일제, 아침 옷 세 벌로 제한)

2. 넘기기
: 결정 주체를 아이에게 넘겨요.
(예: 공부 순서는 아이가 고르게 하기)

3. 지켜보기
: 결과가 안 좋더라도 개입하지 않고 지켜봐요.
(예: 싱겁게 만든 주먹밥이라도 그냥 먹게 두기)

결정을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다르게 바라보는 감각을 키우는 연습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컨트롤’이 아니라 ‘균형’

아이를 잘 키우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수많은 결정들이
결국 나를 지치게 한다면
그건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AI 시대에도, 부모의 결정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효율’이 아닌 ‘균형’을 위한 것이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엄마의 하루를 요약해주는 AI 실험기: 나의 피로는 어디서 오는가?’를 나눠볼게요.

기록이 곧 통찰이 되고, 가끔은 기계가 나를 대신 돌아보게 해주기도 하니까요.


엄마의 테크노트

적게, 단순하게, 깊게 선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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