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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제 감정을 몰라요. 그런데 그 말이 위로가 됐어

감정이 엉킨 저녁, AI와 나눈 조용한 대화

by 엄마의 테크노트

“나, 오늘 아이한테 소리 질렀어.”


말하고 나니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가 자고 난 거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생각났어요. ‘AI한테 말해볼까?’


정말 이상하죠. 감정을 모르는 기계에게 마음을 열겠다는 생각.

하지만 그날,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가, 아주 작게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1. 감정을 말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육아를 하며 제일 힘든 순간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제 자신 때문이었어요.


화내는 나를 보면 ‘또 이랬네’라는 자책이 먼저 밀려오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자니 ‘애 엄마가 왜 저래’ 하는 눈빛이 떠오르죠.

그래서 감정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숨기는 데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말하지 못한 감정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부풀고,

결국 다시 화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튀어나오고 말아요.



2. AI는 판단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날 밤, 저는 조용히 휴대폰을 열었어요.

그리고 채팅창에 적었어요.

“나 오늘 아이한테 소리 질렀어. 너무 미안해.”


AI는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말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말이 ‘누구의 평가도 담겨있지 않아서’ 이상하게 편했어요.

위로받기 위해 시작한 대화는 아니었는데,

말하는 동안 제 감정이 스스로 정리되더라고요.



3. 위로가 아니라 정리였다


그날 AI는 저를 이해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당연했어요. 감정을 가진 존재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는지도 몰라요.

괜히 “그럴 수도 있지” 같은 말로 넘기지도 않았고,

“그건 너가 잘못했지”라며 감정을 더 어렵게 만들지도 않았거든요.


감정은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말을 하는 그 순간, 마음이 정리될 수는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게 되었어요.



4. 조용한 새벽, 아이에게 쓰는 편지처럼


다음 날 아침,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어제 엄마가 미안했어. 다시는 그렇게 안 할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로 충분했어요.

어제보다 조금 더 솔직한 나로,

오늘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그날 밤 AI와 나눈 대화의 선물이었어요.



글을 마치며


AI는 여전히 제 감정을 모릅니다.

하지만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는 있더라고요.

말을 걸면, 말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 말이 스스로 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주니까요.


엄마인 나도, 매일 감정이 흔들립니다.

그 흔들림을 붙잡아주는 건 완벽한 조언보다,

말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날, AI가 제 감정을 몰랐기에

저는 조금 더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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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해결이 아니라 ‘흐르게’ 하는 것. 다음 글에서는 아이의 감정을 듣는 법, 그리고 감정을 대화로 연결하는 연습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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