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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을 때, 아이는 자라고 있었다

by 엄마의 테크노트

요즘은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아이의 발음이 또렷해지고,

글씨가 조금씩 가지런해지고,

“엄마, 나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늘어나면서


문득,

“나는 뭐가 달라졌지?”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나는 그저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세탁기를 돌리고,

장난감을 치우고,

또 밥을 짓고…


하루의 끝에서야

오늘이 지나갔다는 걸 실감하곤 했죠.



그러다 며칠 전,

아이의 낡은 슬리퍼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는 자라는 중이구나.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나는…

달라지지 않은 게 아니라, 함께 견디고 있었구나.”


성장은 키만큼 눈에 띄지 않지만

마음에도, 말투에도, 습관에도

조금씩 새살이 올라오고 있었던 걸지도요.



AI를 쓰기 시작하면서

제 하루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어요.


오늘의 감정,

아이와의 대화,

무심코 했던 말들까지


기록하고 나면

저도 ‘자라고 있었다’는 걸

조금은 믿게 되거든요.



언젠가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건, 나를 다시 살아가는 일이다.”


그 말이 지금의 저에게는 이렇게 들립니다.


“아이와 함께 멈춰 있는 듯한 날들 속에서,

우리 둘 다

아주 조용하게 자라고 있었다.”



엄마의 테크노트

오늘도 천천히, 같이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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